채수열 국세심판원장이 28일 30여년 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이날 퇴임식은 본인의 뜻에 따라 생략됐으며, 간단한 꽃다발 증정식과 함께 몇몇 지인들과의 인사로 대신했다.
채 원장은 심판원의 역사가 곧 본인의 경력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직 생활의 대부분을 심판원에서 보낸 원조 '국세심판맨'. 지난해 말 한 고위직 인사로부터 퇴임시기에 대한 질문을 받자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할 정도로 추억이 깃든 심판원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던 그다.
이날 오전 과천청사를 방문해 그동안 정들었던 재정경제부의 지인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채 원장은 로펌이나 공기업 등의 취업은 아직 계획이 없으며, 당분간 그냥 집에서 쉬겠다는 짤막한 얘기를 남기고 돌아갔다.
다음은 그가 심판원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남긴 메시지다.
<국세심판원을 떠나며>
저는 오늘 정든 국세심판원을 떠납니다.
제가 75년 공직에 입문하여 수습기간, 교육기간, 국세청 1년 근무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을 재정경제부에서 근무하였고, 재정경제부에서 근무한 기간 중 대부분을 국세심판원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국세심판원에서 근무하면서 서기관, 부이사관, 이사관, 관리관 등 직업공무원으로서의 모든 승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항상 저를 도와주시고 성원해 주신 선배, 동료 여러분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과세행정에 따른 개별적, 구체적 사안을 심리하는 심판업무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업무에 비추어 볼 때 그리 각광을 받는 업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심판업무가 잘못된 과세로부터 억울한 납세자를 구제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보람있는 일이며, 이러한 일 자체에 대하여 긍지를 가져도 되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오랜기간 국세심판원에서 근무하면서 심판업무에 대하여 가졌던 생각을 동료 여러분과 국세심판원의 발전된 모습을 보기 위하여 몇 자 적어 봅니다.
첫째로, 공정성입니다.
국세심판원은 처분청과 납세자간 상반되는 주장을 가려주는 기관입니다.
상반된 주장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데 있어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심판업무를 함에 있어 선입견이나 정실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처리하려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항상 노력하였습니다.
둘째로, 투명성입니다.
심판업무의 경우 세무대리인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업무처리과정을 투명하게 하여 합리적인 결정이 되도록 노력하였으며, 특히 결정문에 많은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셋째로, 전문성입니다.
조세분야는 법학, 회계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적 지식 뿐만 아니라 국내외 경제현상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학자 등 조세분야의 전문가가 심판결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항상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조세분야에 있어 누구보다도 전문가가 되도록 힘써 왔습니다.
이제 저는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고 출발할 것입니다.
어디에 있더라도 국세심판원을 사랑하고 심판원 가족으로서 보람을 가지고 살아가겠습니다.
그동안 도와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계속 발전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7. 2. 28 채 수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