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차기 한국세무사회를 이끌어 갈 임원진 선거 레이스가 지난 28일 저녁 새로운 '대표자'들을 탄생시키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조용근 세무사(신임 회장-러닝메이트 부회장 임정완, 황정대, 임채용), 송주섭·정해욱 세무사(신임 감사), 채수인 세무사(윤리위원장)가 새롭게 세무사회라는 무대에 올라섰다.
이번 선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간직한 행사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지난 2005년 선거시 효과가 검증된(?) 우편투표제를 버리고 지방회별 순회 투표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졌다. 이는 새로운 '도전'이었고 성공여부에 따라 향후 선거방식을 또다시 바꾸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출발했다.
성공여부를 떠나 이 같은 시도는 나름대로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던 것이 사실.
또한 세무사회원들의 선거에 대한 인식변화의 조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선거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특정 후보자의 '인지도'에 의해 당락여부가 좌우되는 과거 세무사회 선거양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분석이다.
선거 돌입 전 '인지도 최하위'나 다름없던 조용근 씨의 당선은 이 같은 유권자(세무사회원)들의 인식이 진일보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또한 조 씨의 당선으로 진정한 의미의 '정책선거'가 선거관행으로 자리잡는 기틀을 닦아낸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함께 상대방 흠집내기를 통해 표를 긁어모으던 '네거티브'전략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것도 발전적인 징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깨끗한 경쟁을 통해, 정책과 추진력을 가진 대표자가 선출됐다는 것이 이 번 선거를 통해 업계가 건져 올린 가장 큰 '습득물'인 셈이다.
□ 투표율 제고, 사실상 '실패'한 세무사회 =세무사회칙개정을 통해 총회와 선거가 분리됨에 따라 우편투표제를 버리고 지역순회 투표제 등을 채택한 이번 선거 방식은 '절반의 성공작'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지방회별 순회 투표방식의 채택은 지역 회원들의 편의와 투표율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모험'에 속했다. 지역 회원들의 편의성은 제고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정작 중요한 목표였던 '투표율'제고에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세무사회는 80%를 상회하는 투표율을 예상했었지만 유권자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부 지역에서만 80%가 넘는(대전, 대구)투표율을 기록했을 뿐, 유권자수가 풍부한 중부(63%), 서울(67%)에서 기대 이하의 투표율을 기록, 전체 투표율의 하락을(전국 70%) 부채질했다.
세무사회는 지방회별 순회 투표방식과 더불어 투표율 제고를 위한 또 다른 방안을 접목시키며 투표율 제고에 안간힘을 썼으나 실패했다.
투표를 전후해 회원의무보수교육(법인세 신고안내, 개정세법 해설)을 나란히 배치,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투표에 참여하도록 안배한 것. 그러나 법인세 신고안내 교육 종료 후 많은 회원들이 투표권 행사를 포기한 채 돌아가는 사태로까지 번지는 것은 막지 못했다.
이에 따라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부산과 중부, 서울지역의 경우 교육참석자와 투표자 사이의 상당한 '갭'이 발생했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초 80%정도의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며 "보수교육 중간에 투표시간을 배치하는 등 안배를 했지만 기대만큼의 투표율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 '과열선거', '네거티브'는 없었다 =상대방 흠집내기식 선거전략은 그 동안 세무사회 선거과정에서 끊임없이 '애용(?)'되던 방식. 이 같은 선거전략은 선거의 가장 큰 병폐로 지적되는 등 문제점으로 대두되어 왔지만 그닥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번 선거에서 네거티브 선거의 모습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는 평가다.
선거 초반 한 후보측에서 조 당선자를 표적 삼아 '송아지'·'왕초보' 등 비방성 홍보문구를 사용, 네거티브 선거가 우려되기도 했지만 조 당선자 측의 '무대응' 속에 조용히 무마됐다.
지방회를 순회하면서 각 후보들이 실시한 6번의 소견문 발표시에도 몇 몇 후보들이 네거티브성 발언을 던지기도 했으나 문제가 될 만한 소지는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후보자들의 진일보한 선거태도와 함께 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진영을 방문해 사전에 자제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펼친 것도 네거티브 선거를 막아내는 데 일부분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네거티브 전략에 대한 회원들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선거결과를 통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 회원은 이에 대해 "이제 네거티브 전략은 회원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락 선거관리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선거 막판 다소 과열양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번 선거는 대체로 무난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네거티브 선거관행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이다"라고 말했다.
□ 선거의 '부산물'-부동층 1700명, 집행부의 '숙제' =이번 선거를 통해 선거에 관심이 없는(?), 즉 부동층 중의 부동층이 1700여명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교육)기간 중 세무사회원들의 보수교육 참석율은 90%를 훨씬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유권자수-7225명(1월29일 기준) 대비 교육참석자수-6740여명). 그러나 최종 집계결과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의 수는 5057명.
교육참석자수 대비 비율은 투표율은 75%수준을 기록해 교육참석율과 15%p(1680여명)이상 차이가 났다.
전체 유권자수와 투표권 행사자의 차이는 2168명으로 이 중 개인사정 등을 이유로 교육에 참석하지 않은 회원(480여명) 중 일부를 감안한다면 사실상 선거에 '전혀' 관심이 없는 회원들의 수는 1700여명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 부동층 중 부동층의 존재는 사실상 '캐스팅 보트'나 다름없는 '귀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세무사회와 집행부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투표율 제고를(넓은 의미의 회 발전) 위해 제도권으로 끌어안아야 할 '숙제'에 속한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법인세 신고 교육이 끝남과 동시에 선거에 참여하지 않고 돌아가는 회원들이 많았지만 (자유선거이기 때문에)이를 붙잡을 수도 없고 안타까웠다"며 "향후 집행부가 좀 더 많은 회원들이 권리행사를 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