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31일 당시 전군표 국세청 차장: "도대체 누가 '쥐어짜기'라는 용어를 썼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야구에서 쓰는 용어 '스퀴즈' 이런 것이다. 일상적이고, 법에 따른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쥐어짜기 식의 세무조사는 없다"
얼마 전 조세연구원이 30세 이상 납세자 108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내는 사람이 53.6%, 빼앗기는 기분으로 세금을 내는 사람이 14.4%에 이르러 세금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열에 일곱(6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세의 의무는 ▲국방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와 더불어 국민의 신성한 4대 의무 중의 하나다. 이 땅에 살아 숨쉬고 있는 사람이라면 피하려고 해봐야 피할 수 없으며, 국민으로서 마땅히 문명에 대한 대가로 '자기 몫'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 납세의 의무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제작 배포한 '신나는 세금여행'이라는 만화책을 통해서도 '세금=동창회비'라는 비유를 곁들여,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세금은 기쁜 마음으로 내야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쥐어짠다는 말은 '마른 수건에서 물을 쥐어짠다'라든가, 전군표 국세청장이 말한 대로 야구에서의 '스퀴즈'처럼 정상적인 통쾌한 득점방법보다는 상대의 허점을 노린 편법수단에 의한 득점방법을 말한다.
물론 스퀴즈 역시 규칙에서 인정되는 득점방법이기는 하지만, 상대편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그리고 '빼앗기는 기분'이 들도록 하는 득점방법이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과거부터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세금폭탄'이나 '쥐어짜기'라는 용어사용과 관련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국세청의 업무를 두고 '쥐어짜기'라든가, '세금폭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줄곧 경계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국민의 세금을 거둬들여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의 최고 수장인 대통령이 고소득자영업자를 겨냥해 "세금을 되게 쥐어짜고 있다"라고 표현한 부분은 아쉬움이 크다.
국세청이 밝히는 자영업자의 세부담은 과세표준 8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영업자가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다. 신용카드·현금영수증 등 과세인프라 구축으로 자영업자의 소득은 더 투명해져 가고 있다.
일부 극소수 고소득자영업자가 탈세를 하고 있을 뿐, 대다수 자영업자는 성실하게 자기 몫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탈세를 일삼는 고소득자영업자 역시 대통령으로서 끌어안아야 할 국민이고, 이 때문에 다른 각료가 '세금을 쥐어짠다'라는 표현을 해도 앞서서 이를 말려야 할 사람이 바로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쥐어짜야 할 대상'으로 고소득자영업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이들 역시 세금을 '어쩔 수 없이' 그리고 '빼앗기는 기분'으로 낸다는 생각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