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다시 국세청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그것도 단체로) 조금은 '특별한 행사'를 위해서였습니다. 이 날 국세청에서는 이들 26명을 '명예교수단'으로 위촉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어제, 성실납세와 탈세방지를 위해 현장을 누비던 그들은 이제는 견장(肩章)을 떼고 '현장요원(후배 국세공무원)'들에게 자신들의 경험과 (국세행정에 대한)지식을 전달하는 조력자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지요.
국세청은 이 날 명예교수단 위촉식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올해 국세청의 핵심과제인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인품과 전문성을 갖춘 선배공무원으로 명예교수단을 구성·운영키로 했다"고 밝히고 명예교수단으로 위촉된 26명의 선배 국세공무원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사실 '명예교수단' 구성은 국세청의 입장에서는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풀이됩니다.
우수한 국세공무원 양성이라는 목표가 한정된 예산과 (교수)인력부족이라는 벽에 부딪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선배 국세공무원들의 남은 역량에 봉사 개념을 접목,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토록 해 예산과 인력부족이라는 벽을 어느 정도 허물어 낸다는 것이 국세청의 복안인 셈이지요.
실제로 이들 명예교수단은 1년에 30∼40시간 정도 강의를 할 예정이며 실비(강의료 1시간당 15만원선)만을 받고 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엄선(嚴選)된 '어제의 전사(戰士)들 =전군표 국세청장은 이 날 행사에서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역대 선배님들 중 가장 훌륭한 선배님들을 엄선해 모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전 국세청장의 말 처럼 명예교수단에 합류한 26명(청장급 3명, 차장·1급 지방청장급 3명, 지방청장·국장급 11명, 서장급 이하 9명)의 면면은 화려한 진용 그 자체였습니다.
서영택, 추경석, 이건춘씨 등 3명은 국세청장과 건교부 장관을 지낸 인물들입니다. 공직을 떠나 민간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지요. 황수웅, 이주석, 전형수씨도 국세청 차장, 서울청장 등을 지낸 거목(巨木)들입니다.
이와 함께 김문환, 김보현, 김호기, 이동훈, 이명래, 이재만, 이진학, 조용근, 최병철, 홍철근, 홍현국 씨 등도 지방청장, 본청국장 등 요직을 거치며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았던 인물들입니다. 특히 김보현 전 대전청장은 이 날 유일하게 '지방'에서 올라오는 등 국세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습니다.
권영훈, 김언규, 김진성, 김진웅, 김철민, 박찬훈, 손윤환, 이재훈, 조창도씨 등도 비록 현직에서의 직급은 앞선 선배들에 미치지 못했지만 민간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고위직 출신으로 퇴임한 많은 전직 국세공무원들 중에서도 현직에 있을 때나 퇴직 후에도 후배들에게 '모범답안'이 되고 있는 '깨끗하고 능력 있는 인물'들이 명예교수단에 참여했으니 국세청으로서는 물심양면으로 큰 '덕'을 볼 것으로 보입니다.
□'전직(前職) 국세공무원의 법칙'-살아 있는 귀소본능(?) ='전직(前職) 국세공무원의 법칙'이란 것이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국세청 출신 인사들은 다른 부처 출신 공무원들과 달리 조직에 대한 애정도가 현직을 떠나서도 끈끈히 남아있다는 것이지요.
많은 국세공무원들이 퇴직 후에도 '영원한 국세청맨'으로 남고 싶어하고 또 민간에서 활동하면서도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향수를 품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눈 앞에 확실히 드러난 몇 가지 되지 않는 사례에 속할지 몰라도 실제로 某인사의 경우(명예교수단에도 이름을 올렸지요)민간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의 일부를 떼어 후배 국세공무원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전직 국세공무원들의 국세청 조직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입니다. 물론 현직에 있을 때는 더 했겠지만 말입니다.
추측에 불과하지만 이번 명예교수단에 합류한 26명의 인물들이 후배국세공무원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한 것도 이 같은 '유별난' 조직사랑의 발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이 날 자리에 참석한 인물들 25명은 현재 민간에서 엄청난 시간 당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이들이 곧 '돈'이나 다름 없는 금쪽같은 시간을 후배공무원들을 위해 쓰겠다고 발벗고 나섰다는 것 자체가 이를 증명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