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하나. 남미 코카인 공급책 A는 국내 마약밀수조직 B와 결탁하여 교묘히 세관의 눈을 피해 밀수에 성공, 국내 판매 후 불법수익을 합법자금화 시켜 국외 이전시키기로 마음먹고, B가 A로부터 폐품을 수입하면서 정상품으로 가장하여 수입대금을 송금, 차액을 남미로 빼돌리는데 성공한다. 사례 둘. 중동의 이슬람 테러단체와 결탁한 C사는 개당 2$인 전자부품 100만개를 미국에 있는 관계사 D에게 1$로 인보이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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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두 가지 사례는 가공한 것에 불과하나, 과거에 이미 행해졌거나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첫 번째 사례는 범죄수익의 자금세탁(money laundering)을, 두 번째 사례는 테러자금의 조달(terrorist financing)을 나타내고 있는데 두 사례의 공통점은 ‘무역’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최근 국제사회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무역을 이용한 자금세탁(Trade Based Money Laundering, 이하 ’TBML‘이라 한다)’이다.
무역을 이용한 자금세탁,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
무역을 이용한 자금세탁(TBML)이란 국가간 무역거래를 이용하여 범죄수익을 이전시켜 합법자금화하거나 테러 등 범죄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국제기구인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 on money laundering)는 국제사회가 무역을 통한 자금세탁행위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며 TBML이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그리고 2006년부터는 연 수차례 총회 개최를 통해 회원국들의 사례를 공유하고, 무역정보 관련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관세청도 지난 2월19일부터 5일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개최된 FATF 총회에 재경부 금융정보분석원(FIU) 주관하에 옵저버 자격으로 처음으로 참석하였다. 자금세탁 단속에 관한 국제동향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관세청의 단속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금번 FATF 총회에서는 옵저버 자격으로 참석한 우리나라와 중국, 인도에 대한 정회원 가입 준비상황을 논의한 동시에, 터키 등 일부국가에 대한 정회원 가입을 위한 상호평가 보고서를 논의하였으며, 기타 자금세탁방지제도의 운영 방향이 다루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테러자금조달금지법’ 제정 등 정회원 가입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았고, 2008년 상호평가를 받은 후 늦어도 2009년에는 정회원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회원국들은 자금세탁방지제도의 실제 효과성(effectiveness)을 강조하였는데, 이는 FIU로부터 제공되는 질 높은 혐의거래정보를 바탕으로 관세청 등 법집행기관들의 자금세탁 등 효과적인 불법거래단속이 더욱 중요해짐을 의미한다.
무역을 이용한 자금세탁(TBML)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논의되었다. 무엇보다 TBML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는 것이 시급하며, 효과적인 단속을 위해서는 각국의 무역정보의 수집 및 분석을 표준화시키고, 그러한 정보를 신속하게 교환할 수 있는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향후 서브그룹을 구성,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금년 6월에 개최될 차기 총회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이용 자금세탁에 대해서도 중점 단속할 것
대한민국 관세국경의 수호자라는 사명을 갖고 있는 관세청은 자금세탁단속에 있어서도 국내외에 최고전문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고자 한다.
첫째, 재경부의 FATF 정회원 가입준비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 특히 자금세탁방지제도의 효과성(effectiveness)을 위하여 FIU로부터 제공받는 혐의거래정보의 처리율과 검거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6시그마기법을 활용해 도출할 예정이다.
둘째, 무역을 이용한 자금세탁과 관련한 국제사회 논의에의 부응이다. 서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TBML을 효과적으로 적발하기 위해서는 상대국과의 무역정보 교환이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향후 총회에서 무역정보 교환에 관한 협력 방안이 도출될 경우 적극 수용하고, 또한 FATF 총회에 지속적으로 참석하여 대화채널을 유지할 것이다. 필요시 MOU 체결 등을 통해 무역정보와 관련한 국제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셋째, 관세청의 자금세탁 단속방향도 장기적으로 ‘무역을 이용한 자금세탁’ 단속에 중점을 두고, TBML 적발 역량 강화에 노력할 것이다. 워크샵과 지식관리 등을 통해 TBML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고 단속기법을 개발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관세청은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외환거래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외환거래모니터링시스템은 정제된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자동선별기법을 통해 혐의거래를 과학적?체계적으로 선별하는 인공지능형 시스템이다. 동 시스템 구축계획 수립시 TBML 단속과 관련된 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선별기법을 포함시킬 것을 고려하고 있다.
무역의 양면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관세청
자유무역협정의 급속한 확산으로 글로벌 무역량은 계속 급증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아 개방경제를 지향하고 있다. 관세청은 이러한 ‘무역’이 두 얼굴을 가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통관절차 완화, FTA 특혜교역체제 등을 통한 무역원활화에 기여함은 당연한 관세청의 사명이다. 동시에 무역을 통한 테러물품, 마약 등 위해 물품의 유입을 차단해야하는 의무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9.11테러 이후 C-TPAT(Customs-Trade Partnership Against Terrorism)을 도입해 민?관협력을 통해 위험요소의 유입을 차단하는 조치를 마련하고 있으며, 관세청도 이와 유사한 물류공급망 안전조치(Supply Chain Security)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제는 ‘무역을 이용한 자금세탁(Trade Based Money Laundering)’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대테러 전쟁’은 사실 ‘금융 전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테러 등 반사회적 범죄의 차단으로 가장 확실한 수단은 그의 ‘돈줄’을 막는 것일 수도 있다. 관세청도 이러한 인식을 갖고 각종 범죄 자금이 세탁되거나 조달되는 수단으로 무역이 이용되지 않도록 위에서 언급한 방안들을 착실히 실행하고자 한다.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이러한 관세청의 노력을 계속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
관세청 이대복 조사감시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