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피플] 역대 국세심판원장들 지금은?

최근 이희수씨(1955년, 전북 전주, 행정고시 22회)가 제20대 국세심판원장으로 부임했습니다. 이 원장은 한덕수 前경제부총리(현 국무총리 내정자) 재임 초기 관세국장으로 근무해 오다 한 전 부총리의 퇴임과 함께 조세정책국장으로 발탁됐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국세심판원장으로 영전하는 등 숨가쁜 행보를 거듭해 온 인물입니다.

국세심판원장이라는 자리는 내·외부적으로 상당히 중요성이 높은 자리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세제실장 진출을 위한 '주요 거점' 역할을 해왔으며 외부적으로는 납세자의 억울함을 풀어내 주는 '세금 포청천'의 역할이 주어진 자리이지요.

자리의 중요성 만큼이나 국세심판원장직을 거쳐간 인물들도 이 분야(조세분야)에서 다들 '한 가락'씩 했던 인물들이었고 또 현재 몸담고 있는 민간분야에서도 나름의 내공들을 펼쳐내고 있습니다.

지난 1975년 설립된 이후 국세심판원장직을 거쳐간 19명의 역대 심판원장들은 자타공인 조세전문가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어떤 인물들이었을까요.

□ '국세심판소' 출범 초기-12명의 역대 소장들 =지난 1975년 국세청으로부터 독립되어 재경부 산하로 배속된 국세심판원의 초창기 명칭은 '국세심판소'였습니다. 당연히 당시에는 '원장'이 아닌 '소장'으로 칭해졌지요. 국세심판소 시절 배출된 소장은 12명이었습니다.

지난 2002년 별세한 故황하주씨가 초대 소장이었습니다. 그는 1975년부터 1982년까지 무려 7년을 소장으로 일했습니다. 이번에 심판원장으로 발탁된 이희수 원장은 당시 故황하주 소장의 휘하에서 일을 하기도 했지요.

故황하주씨는 퇴임 이후에도 심판소 명예심판관으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1982년 2대 소장으로 부임한 인물은 국세청장, 건설부 장관 등을 지낸 서영택씨였습니다. 서 씨는 1982년 2월부터 1983년 9월까지 1년7개월을 심판소장으로 재직했습니다. 서 씨는 이후 재경부 세제실장(당시 재무부 제2차관보)으로 발탁, 심판원장 출신 세제실장의 첫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현재 서 씨는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여전히 경제계에서 파워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3대 소장 한용석씨는 1983년 9월부터 1987년 2월까지 3년6개월을 심판소장으로 재임, 두 번째 '장수소장'으로 이름을 올려놓았습니다. 현재 한 씨는 한국세정금융연구소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4대 소장 조관행씨(재임 1987년2월∼1989년3월)에 이어 5대 소장을 지낸 백원구씨(재임 1989년4월∼1990년2월)는 심판소장 이후 세제실장으로 영전한 두 번째 케이스. 관세청장 등을 지낸 뒤 공직에서 물러난 백 씨는 현재 법무법인 세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6대 소장 황원오씨는 1990년3월부터 1991년 2월까지 활동했으며 퇴임 후 현재는 세무법인 삼신 대표로 여전히 세금맨으로 살고 있습니다. 7대 소장 이근영씨(재임 1991년3월∼1994년1월)는 이후 세제실장과 금융감독원장까지 지냈으며 현재 법무법인 세종 고문입니다.

현재 삼일회계법인 고문인 김봉헌씨는 1994년 1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9개월간 8대 소장으로 일했습니다. 9대 소장인 엄낙용씨는 이후 세제실장, 관세청장, 재경부 차관으로 승승장구했고 현재는 법무법인 화우 고문으로 일하고 있지요.

11대 소장이었던 이종성씨는(재임 1998년5월∼1999년6월) 퇴임 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거쳐 현재는 삼양건설 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심판소 시절 마지막 소장인 12대 이상용 소장은(재임 1999년7월∼2000년5월) 퇴임 후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거쳐 한국은행 감사로 일해 오다 지난해 6월 남상덕씨(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퇴임했습니다.

□ '국세심판원'의 시대-7명의 역대 원장들 =12대 이상용씨 재임시절인 2000년 1월 국세심판원은 과거 국세심판소라는 이름을 버리고 국세심판원이라는 이름으로 재편됐습니다. 이후 국세심판원장을 거쳐간 역대 원장은 7명이었지요.

13대 심판원장에 오른 인물은 이용섭 현 건교부 장관입니다. 2000년 6월 부임해 이듬해 4월까지 일했고 이후 심판원장→세제실장 관례(?)에 따라 세제실장으로 옮겼습니다. 관세청장과 국세청장까지 올라선 그는 청와대 혁신수석, 행자부 장관을 거쳐 건교부 장관 등 놀라운 관운(官運)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 건교장관의 뒤를 이어 심판원장에 발탁된 인물은 이 장관과 행시 동기생(14회)들인 최경수씨와 한정기씨였습니다. 최 씨는 2001년 4월부터 2002년 2월까지 일하다 세제실장으로 영전했

으나 참여정부 초기 중부지방국세청장으로 좌천(?)되는 아픔을 겪은 끝에 조달청장으로 명예를 회복한 뒤 퇴임했습니다.

현재 최 씨는 계명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지요. 15대 원장인 한정기씨는 심판원장 이후(재임 2002년 2월∼2003년 4월) 더 이상 영전을 하지 못하고 공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유력한 세제실장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그는 김영룡 현 국방부 차관에 밀려 영전이 좌절되자 미련없이 공직을 떠났습니다. 이후 한국증권전산(현 코스콤) 대표이사로 일하다 퇴임, 현재는

대우증권 사외이사로 조용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16대 심판원장부터는 '특이하게도' 재경부 출신이 아닌 국세청 출신 원장이 연달아 배출됐습니다. 국세청과 재경부간 '인사교류'의 여파 때문이었는데 전형수, 최명해씨 등 2명이 그 주인공들이었습니다. 전 씨는 2003년 4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심판원장으로 일하다 다시 국세청으로 복귀,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발탁됐다가 국세청장 영전에는 이르지 못한 채 공직을 떠났습니다. 현재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지요.

전 씨의 뒤를 이은 17대 심판원장 최명해씨도 국세청 출신(조사국장)이었습니다. 그는 2004년 7월 부임, 10개월 동안 일해오다 국세청으로 돌아가지 않고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겠다며 과감히 '용퇴'를 결정, 화제를 뿌리기도 했지요. 현재 심판원장 '선배'인 전형수씨와 함께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재직 중입니다.

최 씨의 뒤를 이은 인물은 이종규씨였습니다. 이 씨는 국세심판원장→세제실장이라는 관례를 깬(?) 최초의 케이스로(세제실장→국세심판원장) 기록되어 있습니다.

'9급 신화(神話)'의 주인공 이종규씨는 재임 8개월여 만에 사직서를 내고 공직을 떠났습니다. 현재 그는 한정기씨의 뒤를 이어 코스콤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19대 심판원장에 오른 인물은 '심판전문가' 채수열씨였습니다. 채 씨는 심판원장 영전의 문턱에서 몇 번의 좌절을 겪은 끝에 지난해 2월 심판원장에 발탁, 1년 동안 심판원장으로 재직해오다 최근 이희수 신임 심판원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퇴임했습니다. 채수열 前 원장은 퇴임 이후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자신의 전공을 살려 저술활동 등을 펼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