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차타드와 씨티은행 등 글로벌은행들이 최근 몇 년 간 국내은행을 인수해 한국시장을 두드렸지만 국내 시중은행에 밀려 참패를 거듭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예금과 저금리 대출을 무기로 한국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참담할 정도다.
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SC제일.한국씨티.외환은행 등 외국계은행이 대주주이면서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3대 외국계은행의 지난해 외형 성장률이 국내 주요 은행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각 은행이 최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확정한 대차대조표의 은행계정에 나타난 원화대출금 항목을 보면 SC제일은행은 2005년말 34조2천억원에서 지난해말 31조8천억원으로 7.2% 감소했다.
은행계정의 원화대출금은 신탁을 뺀 은행 고유 계정에서 은행의 가장 전통적인 업무에 해당하는 대출금의 규모를 가늠해보는 지표로 한 해 동안 은행의 외형을 점검하는 주요 잣대 중 하나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제일은행을 2005년 4월에 인수하면서 SC제일은행이 탄생했지만 여전히 한국시장에서 기반을 잡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외형보다 수익성에 중심을 둔다는 전략으로 최근 중도금 대출 등에 대한 영업을 자제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하지만 한국시장에서 자산을 늘린다는 기본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원화대출금은 2005년에 20조1천억원에서 지난해말 20조7천억원으로 2.9% 늘어나는데 그쳤다.
씨티은행은 2004년말에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을 출범시켰지만 노동조합과 잦은 마찰로 전산통합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씨티은행의 하영구 행장은 최근 "통합 이후 성과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당시 6% 정도였던 시장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기본 전략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론스타가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004940]은 지난해 원화대출금이 9.1% 늘어나 외국계은행 중 비교적 선전했지만 주요 국내 시중은행의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3대 주요 외국계은행의 원화대출금 합계는 2005년말 82조7천억원에서 2006년말 83조4천억원으로 0.9%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 비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주요은행의 원화대출금 합계는 2005년말 337조4천억원에서 2006년말 398조2천억원으로 18.0% 급증했다.
지난해 펼쳐진 은행간 자산 경쟁에서 외국계은행들이 국내 주요 시중은행에 참패를 한 셈이다.
이는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 등 글로벌은행 진출 당시 선진 금융회사들이 한국 금융시장을 무차별 잠식할 것이란 예측과 사뭇 다른 결과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외국계은행들이 고금리 예금과 저금리 대출 등 출혈을 불사하면서도 시장점유율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급변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국내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집안 단속을 잘해야 세상을 평정할 수 있는데 외국계은행들은 글로벌 스탠더드만 강조하다가 아직도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며 "현재로선 영업 현장에서 효율적인 영업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