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협상까지 충돌을 거듭하며 1차 마감시한을 넘기고 이틀간 연장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2일 타결됐다.
한미 FTA 협상은 양국의 이익이 달린 만큼 한국과 미국은 심리전과 정보전 등 치열한 협상 전략을 내보이며 한마디로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특히 양국 협상단은 자국의 입장에서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을 마지막까지 조율해 나가면서, 운신의 폭이 없을 정도로 이견이 부딪히는 경우에는 각 정상들에게 이를 직접 보고하고 훈령을 받아 다시 협상에 임하는 등 피 말리는 싸움을 계속했다.
이 같은 한미 FTA는 그 첫 시작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한미 양국이 지난 2004년 11월 FTA 예비협의 개시를 합의함에 따라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1월 신년연설을 통해 "양국간 의견이 조율되는 대로 FTA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해 2월 3일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의회에서 협상 출범을 선언하면서부터 본격적인 협상의 막이 올랐다.
하지만 스크린 쿼터 축소와 쇠고기 수입 허용 등 4대 선결조건을 미리 내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1차 협상은 그 해 6월초 워싱턴에서 열렸으며 이 당시 양국은 협상 분과 조율 등 협상 절차상의 기본틀을 마련하는 것까지만 진행했다. 물론 여기에서도 공식명칭은 어떤 것으로 할 것인지 협상 분과는 몇 개로 나눌 것인지에 대해서 양국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한미 FTA가 본격적인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건 같은 해 7월 서울에서 열린 2차 협상 때부터다. 미국이 한국의 약제가 적정화 방안에 반발하고 협상장을 나서자 우리나라 역시 상품·서비스 등의 협상을 거부해 한미 FTA의 파행이 시작됐다.
3차 협상은 장소를 다시 미국으로 옮겨 시애틀에서 열렸다. 이 당시 미국은 상품과 섬유에 대한 수정관세 철폐안을 우리측에 제시했다.
4차 협상은 같은 해 10월 제주에서 열렸다. 이 당시 양측 수석대표가 협상장 근처를 함께 산책하고 술잔을 함께 기울이기도 해 파행을 거듭하던 한미 FTA가 '순항'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기도 했지만 미국 측이 섬유시장 개방에 대해 입장을 바꾸지 않아 결국 협상은 난항을 계속했다.
또한 농민들의 반대 시위와 경찰의 방어로 협상장이 있는 제주 중문 단지는 사실상 봉쇄돼 이 마저도 성과 없이 협상을 마치게됐다.
미국 몬태나에서 열린 5차 협상에서 우리측은 미국의 반덤핑 규제 완화를 위해 6개 요구 사항을 강하게 제시하지만 미국 측은 이를 거부하자 우리나라는 미국의 관심분야인 의약품과 자동차 협상을 중단하는 등 강수를 뒀다.
서울에서 열린 6차 협상에는 일부 언론에 우리 정부의 협상 전략이 담긴 비공개 문건이 보도돼 파문이 커지면서 내홍을 겪기도 했다.
양국 협상단은 지난 2월 워싱턴에서 7차 협상을 열었고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8차 협상을 거치면서 양측은 공산품 관세 철폐와 비핵심 쟁점 합의에 속도를 내고 경쟁·정부조달·통관 등의 분과와 노동·환경 등도 분과도 사실상 타결에 도달했다.
하지만 미국 측이 뼛조각 쇠고기의 수입을 고집하며 협상의제가 아닌 쇠고기 검역을 FTA와 연계하면서 협상은 다시 꽉 막혀 타결점이 보이지 않았지만 29일 한미 양국 정상이 20분의 전화통화에서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한다"는 데 합의해 타결 전망에 다시 파란불이 들어왔다.
그러나 양국 협상단은 3월 31일 새벽까지 소고기와 자동차 부분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은 이틀간 연기됐고 결국 2일 길고 긴 12개월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