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갈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정됐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정당.정파간 찬반 입장이 팽팽히 갈리면서 국회에서 부결됐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국민연금제 개혁안을 담은 두 건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표결에 붙였으나 모두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각각 부결처리됐다.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들 법안의 처리과정은 순탄치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열린우리당이 주도한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안이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수정동의안을 제출키로 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진 것.
우리당이 주도한 안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2.9%로, 급여수준은 현행 60%에서 50%로 낮춰 기금 소진시기를 늦추고(국민연금법),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초노령연금을 65세 이상 노인의 60%에게 평균소득액의 5%를 지급하는 내용(기초노령연금법)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노당은 이들 법안이 국민연금 개혁은 물론 사각지대 해소에도 미흡하다고 주장하면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로 유지하되 급여수준을 60%에서 40%로 낮추고(국민연금법), 65세 이상 노인의 80%에 평균소득액의 10%를 지급하는 내용(기초노령연금법)의 수정동의안을 제출했다.
표결은 한나라당과 민노당이 공동 제출한 수정동의안에 대해 먼저 이뤄졌다. 결과는 270명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31표, 반대 136표, 기권 3표로 부결됐다. 사전에 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 민주당, 민생정치모임 등이 수정동의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상태여서 예상된 결과였다.
문제는 우리당이 주도했던 국민연금법 개정안마저 부결됐다는데 있다. 표결 결과는 재석 270명에 찬성 123표, 반대 124표, 기권 23표로 기권표가 직전보다 갑자기 늘어나면서 과반을 얻지 못했다.
이는 민주당이 우리당 안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혔고 통합신당도 권고적 당론으로 찬성입장을 정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예기치 못한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표결 결과가 나온 후 본회의장이 어수선해지면서 모든 의원들이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우리당을 탈당한 의원중 상당수 기권표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탈당파 31명 중 27명이 표결에 참여했는데 이중 찬성은 9표인 반면 기권이 18표(통합신당모임 14표, 민생정치모임 4표)나 됐던 것. 기권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면 법안이 통과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통합신당모임 양형일(梁亨一) 대변인은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법안 모두 장기적으로 재정안정화 도모에 미흡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 같다. 정치권이 근본적 처방을 놓고 국론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당황스런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최재성(崔宰誠) 대변인은 이들 법안이 통합신당모임 소속 김한길.강봉균(康奉均) 의원이 우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시절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라고 지적한 뒤 "가장 천박한 자기부정"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나 우리당이나 탈당파 의원들은 공히 국민연금법 개혁을 주도한 유시민(柳時敏) 복지장관에 대한 오랜 반감이 일정부분 표결에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뒤이어 기초노령연금법안에 대한 표결이 이어졌지만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에 따른 부담 때문인지 우리당이 마련한 안이 재석 265명에 찬성 254표, 반대 9표, 기권 2표로 손쉽게 통과됐다.
앞서 한나라당은 65세 이상 노인의 60%에 평균소득의 5%를 지급하는 내용의 기초노령연금법 수정동의안을 재차 제출했지만 재석 266명에 찬성 122표, 반대 144표로 부결됐다.
한편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부결됨에 따라 국민연금 개혁문제에 대한 국회의 재논의가 불가피하게 됐다.
열린우리당은 "논의를 서둘러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표결과정에서 보듯 한나라당.민주노동당과 상당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간극을 줄이는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면서 국민연금 개혁문제가 또다시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