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감귤.쇠고기 미국산 인기 예상..값 인하도 기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미국산 농축산물과 술, 의류, 가구의 수입관세가 낮아지면 이들 대표적인 소비재 값이 얼마나 떨어질지가 소비자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품목별로 관세가 즉각 또는 단계적으로 철폐되기 때문에 수입 원가가 낮아지고 이로 인해 도매가, 소비자가격이 연쇄적으로 인하돼 미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될게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 와인은 미국산 득세..위스키, 맥주는 영향 미미 = 농업 품목에 포함돼있는 미국산 와인은 관세 15%가 FTA 발효와 함께 철폐되면 국내 와인시장 점유율 2위를 단숨에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주류 BG의 국가별 통관비중 와인시장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칠레산 와인이 FTA협정 타결 이후 2004년부터 매년 2.5%씩 관세가 줄면서 미국산 와인은 입지가 좁아져 작년 기준으로 점유율이 14.1%로 3위를 기록했다.
1위는 전통의 프랑스산(38.3%)이며 칠레산은 2005년부터 미국산을 제치기 시작해 작년엔 17.3%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FTA 체결 이후 미국산과의 격차를 벌려오고 있다.
그러나 협정이 체결되면 미국산 와인은 관세가 폐지되는 반면, 칠레산은 2009년까지 매년 2.5%씩 최종적으로 15% 관세가 모두 없어지고 프랑스산은 변동이 없기 때문에 수입상 입장에서 미국 와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게 뻔하다.
위스키나 맥주는 시장 구도에 큰 영향이 없을거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위스키와 맥주는 각각 5년, 7년에 걸쳐 20%, 30%의 관세가 폐지된다.
그러나 잭 다니엘스, 짐빔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산 위스키의 경우 작년 전체 위스키 판매량이 270만 상자(500㎖*18병)로 2% 남짓한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가격대에 상관없이 국내 위스키 시장의 기호가 스카치 위스키로 편중돼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으로 미국산 위스키가 싸게 수입되더라도 시장 구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맥주도 국내 시장 점유율의 99% 가량을 하이트와 오비맥주 등 국산이 장악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의 경우도 토종 맥주의 아성을 미국산이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시장 판도에 괄목할만한 변화가 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FTA타결이 와인, 위스키, 맥주 등 미국산 주류제품을 얼마나 싸게 구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한 분석이 나오지 않고 있다.
관세가 없어지거나 축소되더라도 수입상-도매상-소매상을 거치는 복잡한 유통구조에서 단계별로 어느 정도의 마진을 붙일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와인의 경우 CIF 기준으로 1만원짜리 미국산 와인은 15%의 관세가 붙여진 뒤 여기에 30%의 주세 및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이 추가되는 세금부과 체계를 거쳐 1만6천195원의 수입원가가 정해진다.
이어 도ㆍ소매상을 거치고 나면 와인바에서는 9만원, 와인숍 3만9천원, 할인점 3만1천원대의 소비자 가격이 형성되며 15%의 관세 철폐를 감안하면 대략 전체적인 가격 인하 효과는 20%선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와인 수입 경로를 보면 미국 생산업체가 국내 수입업체에 독점적인 권한을 주고 있으며, 도매상, 소매상이 마진 책정도 임의적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어느 선까지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할지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예를 들어 칠레산 '몬테스 알파 M'은 FTA 체결 이후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2003년 기준으로 11만8천원이던 소비자 판매가격이 최근 13만원대로 높아져 관세 축소에 상관없는 가격 추이를 보였다.
또 미국산 위스키와 맥주도 수입상-도ㆍ소매상을 거치는 유통단계에서 실제 소비자 판매가격에 얼마나 큰 변화가 생길지는 분석하기 힘들다고 주류업계 전문가들은 전했다.
◇옷ㆍ 가구는 영향 없을듯 = 우리나라 옷 값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미 FTA로 인해 미국 브랜드 옷을 싸게 살 수 있게 되는 일은 크게 기대할 수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폴로나 나이키 등의 미국 브랜드들이 미국이 아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임금이 싼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무늬만 미국 옷'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일부 미국에서 생산돼 국내에 들어오는 제품들은 대체로 고가 명품이므로 일반인들과는 별 상관이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굳이 찾아보자면 국내에서 브랜드력이 약한 업체가 국내 브랜드를 없애는 등 내수는 줄이고 개성공단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주력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가구는 워낙 부피가 커서 수입하는 분량이 많지 않고 일부 수입품도 이탈리아 등 유럽 제품이 대부분이므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타 각종 생활, 육아용품들도 마찬가지로 미국 브랜드라 해도 중국에서 생산된 경우에는 가격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다.
◇ 쇠고기, 돼지고기, 오렌지, 귤 싸질듯 = 이번 한미 FTA의 최대쟁점 중 하나였던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우리 식탁에 상당히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맛이 좋으면서도 값도 한우의 절반 수준인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그동안 쇠고기가 비싸 돼지고기를 먹던 소비층이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또 한우도 미국산 쇠고기에 맞서기 위해 가격을 조금이나마 낮추면서 한우 소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입되는 오렌지의 상당부분이 미국 캘리포니아산인만큼 한미 FTA에 따라 오렌지를 싸게 먹을 수 있게 된다. 매년 3월부터 8월까지는 관세율이 30%로 현행 50%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국내 감귤이나 한라봉이 출시되는 시기에도 관세율이 낮을 때 들여와 보관해둔 오렌지를 팔 수도 있으므로 감귤이나 한라봉이 경쟁을 위해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