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홀리데이' 교도소 세트장-세금분쟁 '불씨' 제공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 올림픽의 해였던 1988년, 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은 이 말을 남기고 자살한 탈주범 지강헌 일당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홀리데이(현진시네마 제작)'가 개봉한 것은 지난해 1월의 일이었습니다.
당시 이 영화는 상당한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비록 탈주범이었지만 대한민국 사회의 병폐를 고발한 지강헌 일당의 이야기가 다뤄졌다는 것, 그리고 이성재, 최민수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캐스팅 된 대작에 속한다는 점 등 때문이었지요.
이 같은 배경 때문인지 영화 개봉에 앞서 시사회에는 고건 전 총리 등을 비롯한 (당시 거론되던)예비 대권주자들이 관람, 더욱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흥행에서는 그다지 재미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럭저럭 150만명 수준의 관람객 수를 기록하는데 성공했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나 개봉 전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지요.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났지만 당시 이 영화촬영을 위해 특별히 건립했던 (지방의)'교도소 세트장'은 해당 지자체에 짭짤한 수익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세트장은 영화사측이 지자체의 공공보조금 5억원을 지원 받아 건립한 뒤 기부채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해당 지자체는 이후에도 여러 편의 영화, 드라마 촬영 등을 유치해 사용료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세금문제인데요. 영화사측이 지자체 공공보조금을 받아 세운 세트장을 지자체에 기부채납 하면서 '저작권'을 소유한 것이 분쟁의 단초를 제공했던 것이지요.
□ 세트는 '기부채납'-저작권은 '영화사', 유상공급인가 무상공급인가 =분쟁의 개요는 이랬습니다. 홀리데이 제작사측은 영화촬영에 사용하기 위해 지자체로부터 공공보조금 5억원을 지원 받아 교도소 세트를 건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사측과 지자체는 촬영 이후 교도소 세트를 지자체에 무상귀속(기부채납)키로 하는 한편 저작권은 영화사측에 귀속하기로 약정을 맺었던 것이지요.
이후 영화사측은 부가세 신고를 하면서 기부채납한 세트장의 경우 부가세가 면제되는 재화의 공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건립비용(지원 받은) 등을 과세표준에서 제외한 뒤 2억1700여만원의 부가세를 환급해 달라고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과세관청인 국세청은 "사업과 관련해 재화를 지자체에 기부채납한 대가로 공공보조금을 받고 저작권을 취득한 경우 '무상공급'이라고 볼 수 없다"며 건립비용 6억3000여만원에서 부가세를 제외한 기부채납가액 5억7600여만원을 부가세 과세표준에 넣어 고작(?) 7500여만원의 부가세만을 환급해 줬던 것입니다.
국세청은 이어 "세트장의 소유권 및 관리운영권은 지자체에 넘겨졌으나 세트장 디자인 저작권을 포함해 콘텐츠 방송권 등 국내외 모든 저작권은 영화사측 소유로 되어 있다"며 "이는 향후 창출될 수익가치를 내재하고 있는 '무형의 대가'이므로 무상공급으로 볼 수 없다"고 과세논리를 폈습니다.
이에 대해 영화사측은 "보조금 수령과 세트장을 기부채납한 것은 별도의 행위이며 국세청이 문제 삼은 저작권은 독립적으로 상업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당한 과세"라고 주장하며 과세불복을 청구했습니다.
□ 심판원, "저작권은 기부채납의 대가-영화사측 주장 받아들일 수 없다" =이 같은 국세청과 영화사측의 팽팽한 맞대결을 중재한 국세심판원은 국세청의 과세논리가 맞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심판원은 "영화사측은 지자체 보조금(5억원)등을 포함해 6억3400여만원을 세트장 건립에 사용했고 만약 보조금이 없었다면 영화사가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했을 것"이라며 "영화사가 세트장을 기부채납하기 전에 세트장의 독점적 사용권을 가지고 영화를 촬영한 것은 기부채납에 따른 반대급부로서 실질적 대가관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이어 "영화사측이 세트장을 지자체에 귀속시키기 전 독점적 사용권을 가지고 영화를 촬영하고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부채납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국세청이 이를 무상공급에 해당하지 않다고 본 것은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기부채납-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재산을 받아들이는 것. 기부채납된 재산은 국유재산이 된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사업자가 기부한 재산가액은 법인의 각 사업연도소득금액 계산상 또는 개인의 소득금액에서 이월결손금을 공제한 금액을 한도로 손금 허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