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맏형으로 그리고 국세청 직원들의 든든한 후원자로 영원히 함께 할 것만 같았던 박찬욱 서울지방국세청장이 25일 오전 국세청을 떠났다.
지난 1968년 6월 수원세무서 9급 직원으로 공직을 시작한 지 38년 11개월 만이다.
박 청장의 집무실 밖에는 어제부터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한 국세청 후배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국세청 사람들은 40년 가까이 대과 없이 명예퇴직을 하는 것을 축하하면서도, 국세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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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몸으로 영원히 함께 할 것만 같았던 그가 떠나는 것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바쁜 시간이지만 잠깐의 짬을 내달라고 해서 소회를 들어봤다. |
▲38년 11개월 공직생활을 무사히 마감하고 명예로운 퇴직을 하시는 것에 대해 축하합니다. 소감은?
=청춘을 바쳐 국세청과 함께 한 38년 11개월이라는 긴 항해를 끝내고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려는 지금 만감이 교차합니다. 1968년 6월 약관의 나이에 수원세무서에서 국세청과 인연을 맺은 이래, 오늘까지 저의 인생은 항상 국세청과 함께였습니다.
국세청의 영광은 곧 저의 보람이었고 국세청의 근심은 저의 아픔이었습니다. 많은 선배들은 저에게 둘도 없는 선생님이셨고, 후배들은 진정 사랑스런 동반자였습니다.
만감이 교차하고 저를 영예로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신 여러분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있습니다.
명예퇴임은 본인의 노력보다 상사, 동료, 부하직원 그리고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결코 이루어 낼 수 없는 '공직생활의 소중한 열매'라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 몸은 비록 국세청을 떠나지만 여러분과 함께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동고동락하던 추억과 그동안 베풀어주신 은혜는 제 가슴속 깊이 새겨질 것입니다.
▲ 퇴임식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했을 것으로 압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 돌이켜보니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납세자의 어려운 사정을 균형감각을 갖고 역지사지 심정으로 헤아리지 못한 점, 그리고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좀 더 따뜻하게 감싸주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동안 섭섭했던 감정이나 매듭이 있었다면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
=전군표 국세청장을 비롯해 후배들이 국세청을 신뢰받는 기관으로, 세계 초일류 기관으로 국세청을 우뚝 세워 줄 것을 믿습니다.
밖에 나가서도 국세청이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보람과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새로 부임하시는 오대식 서울청장은 아이디어가 풍부하신 훌륭한 분입니다. 성심껏 보좌해서 수도청으로서 국세행정 발전에 선도역할을 해주시고 그간의 좋은 전통을 이어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 40년 가까운 공직생활 동안 수염을 길러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수염도 한번 멋지게 길러보고 싶기도 하고…(웃음). 농담입니다.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몇 달 동안은 쉬면서 아내와 여행도 다녀보고.. 친구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할 생각입니다.
로펌이나 회계법인 몇 곳에서 와주지 않겠느냐는 요청이 있긴 했지만, 절대로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좀 부정적입니다. 후배들을 도우며 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