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공무원들이 상속세 감면대가로 납세자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시인했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김용석 부장판사)에서 열린 세무공무원과 세무사의 뇌물수수 관련재판에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세무공무원 유某(5급 사무관), 이某(6급), 윤某(8급)씨 등 3명은 총 3억원의 뇌물수수 사실을 시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세무공무원 유某, 이某, 윤某씨 등 3명은 2004년 부친의 사망으로 5600여평의 땅을 상속받은 전某씨의 상속세를 실거래가 산정이 아닌 공시지가 산정으로 약 20억원의 세금을 감면해줬고 전씨가 고용한 세무사 황某씨를 통해 3억원의 돈을 전달받았다.
황씨는 3억원 중 2억원은 고교동창생인 유씨, 나머지 1억원은 이씨에게 전달했고, 1억원을 받은 이씨는 다시 1000만원을 부하직원인 윤씨에게 전했다.
이 과정에서 세무사 황씨 역시 수임료 명목으로 1억원의 돈을 챙겨 전씨로부터 나온 돈은 총 4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씨는 "전씨와 황 세무사를 마포 일식집에서 만난적이 있다"며 "2억원의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그러나 "당시 전씨의 상속세는 공시지가로 산정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돈을 먼저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1억원을 받았다는 이씨는 "유씨가 공시지가 산정을 지시했으며 사무관 승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근무평점의 권한이 있는 직속상관인 유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며 "처음에는 관여하기 싫어서 피했지만 결국 황씨를 만나 1억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또한 변호인을 통해 "부하직원인 윤씨와 함께 실거래가 부과를 주장했다"며 "국세청 과세쟁점위에 올리자고도 했으나 유씨가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세무사 황씨는 전씨로부터 받은 1억원에 대해 세금감면을 위한 알선대가가 아닌 정당한 세무사수임료라고 주장했다.
황씨는 검찰심문에서 "세무사 수수료는 자율에 맡기고 있다"며 "(1억원은)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또한 "수임료인데 계약서를 쓰지도 않고 돈을 받았다면 그것 자체가 탈세가 아니냐"는 판사의 물음에도 "수익금은 신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잘 모르는 경우에만 계약서를 쓴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사가 "요구 금액이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줄고 정작 받을 때는 4억원을 받았는데 수임계약을 구두로 했다면 처음에 얼마를 받는지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묻자 답변을 하지 못했다.
피고인들간의 뇌물수수정황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렸다.
황씨는 "당시 일식집에서 전씨에게 돈을 받자마자 유씨에게 전달하려고 했으나 유씨가 '공무원이 어떻게 수표를 받느냐'고 해 현금으로 환전해 줬다"고 설명했으나 유씨는 "돈을 먼저 달라고 한 적도 없고 현금화 요구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돈을 돌려주기 위해 황 세무사를 찾았으나 잠적한 황씨를 찾을 수 없어서 유씨에게 돌려줬다"고 주장했으나 유씨는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돈을 받은 세무공무원들과 중간책인 세무사 등 관련자들의 정황설명이 다소 엇갈린 가운데 다음 재판에서는 피고인들에 대한 변호인들의 추가심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다음 재판은 오는 5월 9일에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