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정기총회를 앞둔 세무사업계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쳐 입법보류 됐던 정부의 '성실납세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 개정안이 이 날 오전 국회 재경위 전체회의를 무사통과했기 때문.
국회 재경위는 26일 오전 열린 전체회의에서 조세법안소위원회 의결을 거쳐 안건으로 상정된 관련 법률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제도 도입에 미온적이었던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별다른 반대의견이 나오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만이 성실납세 기업에 세금혜택을 주는 현행 제도와 연관, '중복입법'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지만 거기까지 였다.
이에 따라 최초 입법안이 발의됐던 2005년 이후 근 2년 동안 '공전'만 거듭해 왔던 성실납세제도가 2008년 시행을 목전에 두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30일 예정) 등 과정이 남아있으나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본회의 통과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는 셈.
이 날 재경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성실납세제 도입안은 당초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세무사 업계를 일거에 충격으로 몰아 넣었던 '간편납세제'를 모토로 삼고 있지만 내용과 취지는 360도 다른 형태다.
당초 정부의 간편납세제는 납세자들의 세무조력비용 축소를 목적으로 정부가 인증하는 전자장부를 통해 기장을 할 경우 세무조사 면제,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년 동안의 '공전' 과정에서 세무사업계의 강력한 반발 등에 부딪혀 명칭이 성실납세제도로 변경됐고 내용 또한 약화된 것이 사실.
특히 적용대상자는 법인의 경우 5억원 이하, 개인의 경우 1억5000만원∼6억원 이하(업종별) 소규모 사업자로 대폭 축소됐고 그나마 ERP시스템 등 거래내역이 자동노출되는 시스템을 장착하고 복식부기 기장을 반드시 해야만 제도적용을 받을 수 있다.
당초 '필수요건'에 속했던 전자장부에 의한 기장도 선택적 요건으로 내려왔으며 세무사 등에 의한 외부기장을 해도 제도를 적용 받을 수 있는 등 크게 후퇴했다. 이는 재경부가 제도의 실익을 쫒는 것보다 우선은 도입 자체에 무게중심을 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상인원을 소규모 사업자들 위주로 한정했기 때문에 세무사 업계에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