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캠프 모두 공식입장 표명을 미뤘지만 캠프 내부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 전 대표측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안이다"며 사실상 거부의 기류가 지배적인 반면, 이 전 시장측은 "미흡하지만 일단 검토를 해 봐야 한다"며 수용쪽을 검토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양 캠프 수뇌부는 그러나 자신들의 결정에 따른 파장과 여론의 `역풍'을 감안한 듯 `사견 표명을 자제하라'며 입단속을 주문했다.
◇朴측 = 중재안이 발표되자 캠프는 한마디로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국민투표율 최저선을 보장해 준 것이나 동시투표를 허용해 준 것이나 모든 게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하게 결정됐다는 판단에서다.
"믿었던 강 대표에게 뒤통수 맞았다", "강 대표 체제를 바꿔보자"는 격한 말까지 오갔다.
캠프는 중재안 발표 직후 서청원 전 대표 등 중진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박 전 대표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하루종일 중재안 수용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부 기류는 중재안 거부쪽으로 가닥이 잡힐 공산이 큰 분위기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첫째 기본원칙이 무너졌고, 둘째 당헌당규가 무너졌으며, 셋째 민주주의의 기본원칙도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민투표율 하한선 보장과 관련, "잘났건 못났건 1표다. 누구에게만 2표를 인정하는 것은 젊은 사람과 노인이 다르고 어떤 사람 표는 인정하고 어떤 사람 표는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이런 법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 "다 어그러졌다. 기가 막힌다"며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이 전 시장을 겨냥, "자신이 확실히 이기는 규칙이 될 때까지 규칙을 바꾸고 또 바꾸자는 식으로 하면 끝이 없다"면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많은 분들이 웃는데 고스톱 칠 때도 룰이 있다. 한 번 이렇게 하자고 하면 화투 치다가도 룰을 바꾸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핵심 측근은 이와 관련, "시중에 `이명박 고스톱'이 화제다. 일단 패를 돌리고 자기에게 유리한 룰을 그때그때 정하는 게 이명박 고스톱"이라고 꼬집었다.
캠프 관계자는 "이 전 시장측의 요구사항이 거의 다 반영된 것을 보면 이 전 시장측은 중재안의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재섭-이명박측 밀약설'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캠프 일각에선 강 대표 체제 인정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강 대표에게 더 이상 기댈게 없다'는 강경론과 `그래도 강 대표를 안고 가야 한다'는 온건론이 부딪힌 것.
캠프 관계자는 "강 대표가 이번에 확실하게 이 전 시장 편을 들어준 것 아니냐. 차제에 `대타'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강 대표에게 섭섭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안고 가야 경선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치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전 대표는 10일쯤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李측 = 강 대표의 중재안대로 국민투표율을 높이고 하한선을 보장하더라도 실제 민심과 당심 반영비율이 5대 5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하에 수용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충남 보령에서 열린 당원협의회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재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간 채 "(참모진에) 분석해 보라고 지시했다"면서 "그런데 (당심과 민심을 같이 반영하자는) '5대 5'의 원칙에 맞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 캠프의 거부 기류에 대해서도 ""공식 반응이 나온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뒤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을 중심으로 캠프에서 논의를 할 것이다. 좀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쪽(박 전 대표측)에서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거꾸로 된 것 아니냐"며 중재안에 대해 자신이 오히려 더 불만스럽다는 입장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했다.
캠프는 중재안 발표 직후 선대위원장에 내정된 박희태 의원과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이 최고위원은 "캠프의 주된 의견은 여론조사 5대 5 반영방식이 확실하게 지켜지지 않았다는 분위기다. 일단 캠프의 이런 저런 입장을 종합해 결론을 내린 뒤 이 전 시장에게 공식 전달할 계획"이라면서 "그러나 이 전 시장이 최종 판단을 내리며, 결단은 전적으로 주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 전 시장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찾아 대책을 숙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공식입장 표명이 늦어지고 있지만 캠프 내부 기류는 "미흡하지만 검토가능하다"는 분위기가 많아 중재안 수용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비서실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반적으로 불만스럽다는 분위기 속에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공식적인 입장은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핵심 측근은 "우리가 요구했던 것에 비해서는 미흡하지만 대승적으로 생각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저녁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