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상권이 형성된 지역에서 조직폭력배 등이 노점상들에게 '자릿세' 명목으로 상습적으로 돈을 뜯어내다 사법당국에 적발, 처벌을 받는 일이 종종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곤 합니다.
물론 이 같은 행위는(폭력을 매개로 영세상인들에게 돈을 뜯어내는)엄연히 '불법'에 속합니다. 당연히 사회에서 '퇴출'되어야 할 행태 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세금'의 측면에서 보면 이 같은 자릿세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자릿세로 먹고 사는 조폭들을 세무조사 하지 않는 이상(또 한다고 해서 밝혀지기도 어렵겠지만) 자릿세를 어떤 명목의 소득으로 봐야 할지 규명이 어렵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국세심판원에서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심판결과 하나를 내놓았습니다. 노점상으로부터 자릿세를 받아낸(조폭도 아니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자릿세를 받은 사업자입니다) 한 사업자에 대한 심판결과 입니다.
세금의 측면에서 '자릿세'의 의미를 대충은 가늠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심판결과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지금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 "순대할머니 자릿세는 20만원‥"=중부지방국세청 관내 00시장내에서 임대업을 영위하는 사업자 A씨는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세무조사 결과 A씨는 4억1600여만원의 임대수입금액을 누락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에 국세청은 누락한 수입금액에 대한 부가가치세 5000여만원을 경정·고지했습니다.
A씨가 국세청의 과세결정에 반발한 이유는 자신의 건물 인근 도로에서 장사를 하고 있던 노점상들로부터 받은 '자릿세' 1억1100여만원 때문이었습니다.
국세청은 이 돈을 현행 법상 재화 및 시설물 또는 권리를 사용하게 하는 것에 대한 '용역의 공급 대가'에 해당한다고 판단, 부가세 과표에 포함시켜 과세를 한 것이지요.
국세청은 "(노점상들이 자리 잡고 있던)시장 내 도로시설 등은 A씨가 관할 구청으로부터 도로점유 허가 및 가설건축물축조 신고를 획득한 것으로 A씨가 일정기간 동안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이므로 용역의 공급에 해당한다"고 과세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자릿세로 받은 돈은)노점사용료 명목을 받은 것으로 실제로 부동산을 임대해 주고받은 임대료가 아니기 때문에 부가세 과세대상인 '용역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발했습니다.
실제로 A씨는 자신의 건물 앞 도로에서 노점영업을 하는 순대할머니 등에게 월 20여만원 가량을 '자릿세' 또는 '노점사용료' 명목으로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심판원, "자릿세-재화와 용역의 공급 대가로 볼 수 없어"=A씨의 과세불복건을 심리한 국세심판원은 결국 A씨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습니다(인용결정). 노점상으로부터 자릿세 명목으로 월정금액을 받는 경우 '재화와 용역의 공급대가'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심판원은 심리결과 "A씨는 00시장 환경개선사업 목적으로 시장건물내 소방도로에 철골기둥과 구조물을 설치한 공사대금 중 일부를 부담했으며 철골구조물에 구축물 및 천막설치 작업은 A씨가 자비를 털어 시설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이에따라 "건물소유자가 자기 건물 앞을 점유사용하고 있는 노점행상으로부터 자릿세 명목으로 월정급액을 받는 경우 이 금액은 현행 법상 재화와 용역의 공급이 아니기 때문에 부가세가 과세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