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래시장 지원에 초점..내달 국회서 논란예상
지난해 정치권과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공방이 다시 뜨거워질 모양새다.
대형마트 규제 입법에 실패했던 정치권이 최근 입지규제에 이어 영업품목과 시간까지 규제하는 보다 강력한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대형마트에 대한 직접규제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래시장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또 한 차례의 논란이 예상된다.
◆ 대형마트 품목·시간제한 추진..규제입법 `봇물`
11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와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이시종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이 국회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이 개정안에서는 시·도 지사가 대규모 점포에 대해 각 시·도의 조례로 정한 해당 영업품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시·도 지사는 대형마트에 대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의 범위 내에서 조례가 정하는 영업시간에 영업을 하도록 명령할 수 있고 월 3~4일 범위 내에서 조례로 정하는 의무 휴업일수를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은 이같은 영업품목 제한이나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명령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3개월 이내의 영업 정지 또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는 징계규정까지 뒀다.
특히 이 법안에는 열린우리당 소속 김혁규 노영민 조정식 정장선, 신학용 의원 등을 비롯해 민주당 신중식 의원, 국민중심당 김낙성 의원 등도 동참하고 있어 법안 논의과정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 등은 대규모 유통점포의 개설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열린우리당 이원영 의원 등도 재래시장으로부터 500m 거리 이내에는 원칙적으로 대규모 점포를 들어설 수 없도록 하는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 정부 재래시장 지원 강구..논란 뜨거울 듯
개별 의원들에 따라 입장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로써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원내 모든 정당 소속 의원들이 대형마트 규제 법안에 동참했다. 재보선 이후 이미 대선 모드로 들어간 정치권은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은 영세 자영업자들이나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입법까지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은 대규모점포 사업활동조정에 관한 특별법안과 지역유통산업 균형발전을 위한 특별법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국제규범에 맞지 않다는 지적과 정부 반대로 계류된 바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지난 96년 유통시장을 개방하면서 대규모 점포 개설과 영업활동 등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던 만큼 대형마트의 허가제 전환, 출점이나 영업 규제는 시장 제한을 금지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임시국회에서 대형마트 규제 입법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이나 일반국민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방침이다.
다른 산자부 관계자는 "현재 외부용역을 통해 대형마트 규제 입법이 재래시장 등에 미칠 효과를 분석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다음달까지 재래시장 지원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마트 규제보다는 재래시장 직접 지원쪽으로 의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