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징계위 양정규정 완화될 듯…"업계 자성해야" 목소리도
세무대리인의 불법 행위에 대한 징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3년 4명에 불과했던 정부의 징계조치가 올해만 벌써 71명으로 폭증하고 있는 것.
재정경제부는 23일 세무사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대상에 회부됐던 36명 중 35명의 세무대리인에 대해 과태료 및 직무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세무대리인들이 징계를 받는 원인은 세무사법 제12조의 '성실의무' 위반이다.
여기에 세무사 징계양정규정이라는 재경부 자체 규정에 따라 징계수위가 결정되는데, 법 위반 정도에 따라 견책이나 과태료 처분에서부터 사실상의 퇴출 조치인 '등록취소'까지 다양한 징계가 내려진다.
특히 세무대리인에 대한 징계가 점점 늘어나는 원인은 지난 2003년 강화된 징계양정규정 탓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으로 인해 징계양정규정 중 수입금액 누락 및 비용과다계상 부분에 대한 적발이 늘어난 점도 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 세무대리인 징계 2003년 3건→올해 71건 '폭증' =지난 2002년부터 현재까지 총 12차례에 걸친 세무사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은 세무대리인은 총 216명. 특히 지난 2004년부터 불법 세무대리인에 대한 징계건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02년과 2003년에는 각각 7명, 4명에 불과했으나 2004년 19명, 2005년 28명, 2006년에는 51명이 재경부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올해도 71명의 세무대리인이 징계를 받아 이미 지난해 징계건수를 뛰어 넘었다.
이렇게 세무대리인의 징계가 늘어나는 원인은 과도한 징계양정규정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재경부도 징계양정규정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지만, 이번 징계위에서는 양정규정의 완화에 대한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다음 징계위로 미뤄졌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징계위에서 세무사징계 양정규정 개정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현행 규정이 다소 과도하다는 측면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했다"며 "비용과다계상 문제뿐만 아니라 양정규정 전체에 대해 포괄적으로 개정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합의했으며 다음 징계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지난 2003년 10월 개정된 징계양정규정 때문에 징계가 늘어나고 있어 당시 개정된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초 '세무사 직무와 연관된 수입금액 누락'이었던 양정규정 2호에 '비용과다계상' 부분이 추가되면서 이후 징계건수가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는 분석이다.
□ "징계양정규정 탓만 있을까? 업계도 책임 있다" =세무대리인에 대한 징계가 늘어난 것을 징계양정규정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업계의 불법 세무대리 행위에 대한 자성을 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납세자의 기장을 해주는 세무대리인이 수입금액을 누락하고 비용을 과다계상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물론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면 거의 징계대상에 걸린다고 봐도 될 정도로 징계양정규정이 강하지만 분명 업계의 자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세무대리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그에 대한 징계도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탈세 등 불법행위를 많이 저지르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과거에 비해 세무대리인에 대한 조사가 늘어나고 있어 징계건수가 증가하는 것"이라며 "개인의 양도소득세나 상속·증여세 등과 같이 불법행위가 잘 드러나지 않는 분야에서 아직도 존재하고있는 탈세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무사 징계양정규정에 대한 논의는 일단 다음 징계위로 넘어갔지만, 업계에서 양정규정 완화를 건의하기 전에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자성의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또다시 양정규정 개정은 답보 상태에 머무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