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치권·이익집단 입김 대응이 관건
재경부, "실효성 없는 제도는 과감히 정비할 것"
본격적인 세제개편 시즌을 앞두고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세감면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은 정부의 중장기적 세수운용방향에도 포함돼 있는 핵심 내용으로서 새로운 세법을 만드는 것 못지 않게 중대한 의미를 갖기 때문.
31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일몰을 맞는 비과세·감면제도는 총 16개. 감면 규모만 3조2900여원에 이르며, 지난해 조세감면 규모 21조2082억원 중 약 15%를 차지한다.
농·어업용 면세유 제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피해를 줄인다는 차원에서 향후 5년간 연장한다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이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해 정비 대상에서 일찌감치 제외됐다. 이에 따라 2조원이 넘는 세수 지원액도 농어민 지원을 위해 그대로 쓰일 전망이다.
올해 대표적인 일몰예정 법안으로는 면세금지금 제도와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순도 99.5% 이상의 금괴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면세금지금제도는 지난 2003년 도입된 이후 업계의 탈세와 투명치 못한 거래관행 등으로 인해 재경부에서조차 정확한 조세지원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금시장을 양성화하자는 취지와 달리 이 제도를 탈세에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오히려 국제적인 경쟁력 확보와 탈세근절을 위해 면세금지금제도의 일몰을 없애고 아예 영구 면세화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재경부도 이 제도를 어떻게 끌어갈 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등의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역시 연간 1조원이 넘는 조세지원액을 기록하고 있는 굵직한 제도로서 거래노출로 인한 세원투명성 확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인센티브를 없앨 경우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와 함께 지난해 2198억원이 지원된 조합 예탁금에 대한 저율과세와 102억원 규모의 성실신고사업자 과세특례제도 등도 올해 정비대상에 포함돼 있다.
또한 중소기업경영컨설팅 구매비용 세액공제 7500만원 ▲기관투자자의 주식양도차익 법인세 비과세 1600만원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에 대한 과세특례 1000만원 ▲공동전산망을 이용한 화물운송위탁시 운송비에 대한 세액공제 900만원 등 지난해 감면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 제도들도 올해 일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연말 대선을 앞두고 비과세·감면제도에 대한 정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재경부는 지난해에도 55개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정비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정치권과의 논의과정에서 상당부분 후퇴한 정비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지난 2003년 재경부는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세입기반 확충을 위해 조세감면 규모와 종류를 지속적으로 축소·단순화함으로써 세율인하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치권 및 각계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의 입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조세감면은 그 지원액수도 중요하지만, 한번 만든 제도는 수혜를 받고 있는 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비하기가 쉽지 않다"며 "국제기준과 부합하지 않거나 감면목적을 달성해 지원 타당성이 낮아진 제도, 이용실적이 미미한 제도 등에 대해서는 과감히 정비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재경부에서는 각 중앙행정기관이 제출한 조세감면평가서를 취합해 일몰제도에 대한 정비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오는 8월 세제개편안에 최종안을 마련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표> 올해 일몰 도래 비과세·감면제도 및 조세지원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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