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원은 '법에도 없는 이 같은 무모한 과세행태는 잘못됐다'며 애초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부과한 세금고지는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심판원은 납세자 A씨와 B씨가 1억800여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한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심판청구에서 "국세청 과세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 관련 내용을 납세자 및 해당기관에 통보했다고 15일 밝혔다.
문제의 발단은 '유사매매사례가액' 평가를 둘러싼 문제에서부터 시작됐다.
현행 법상 아파트 증여시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증여세를 산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증여시점으로부터 3개월을 전후해 동일단지내 동일평형 아파트의 매매가액이 있을 경우 이를 준용해 다시 증여세를 매기도록 되어 있다.
통상적으로 매매가액은 실가이기 때문에 기준시가보다 가격이 높게 산정 될 수밖에 없고 매매가액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기준시가로 증여세를 신고했다가 뒤늦게 '뒷통수'를 맞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A·B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다만 일반적인 경우와는 내용이 판이하게 달랐다.
A씨와 B씨는 지난 2005년 아파트를 50%지분으로 나눠 증여 받은 뒤 국세청 기준시가인 3억9200만원을 증여가액을 삼아 각각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유사매매사례가액'을 근거로 제시하며 이들이 신고한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국세통합전산망(TIS)의 공동주택 적정가격을 조회한 결과 청구인들이 증여를 받는 시점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쟁점 아파트와 동일한 평형의 매매상한가는 7억7000만원, 하한가는 6억3000만원이라는 정보가 튀어 나왔기 때문.
국세청은 이에 매매하한가인 6억3000만원을(개별 지분 3억1500만원) 증여가액으로 재계산, 각 5400여만원씩 총 1억800여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한 것.
이들은 국세청의 과세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증여세 신고시 매매사례가액 정보파악이 어려워 기준시가를 적용해 신고한 것"이라며 "증여일 전후 3개월 이내 거래가 아닌 경우 매매사례가액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세청은 "국세통합전산망 공동주택 적정가격을 조회한 결과이며 증여재산가액으로 평가한 6억3000만원은 당시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청구인들에게 불리하게 적용한 것도 아니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심판원은 국세청의 이 같은 과세논리와 정당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게다가 심판원 조사과정에서 국세청이 법대로 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과세근거를 만들어 과세처분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당시 TIS공동주택 평형별 적정가격 자료를 제공한 한국감정원에 문의한 결과 TIS 자료는 통상적으로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동일단지내 동일평형에 대한 '호가'수준인 것이 확인됐다"며 "국세청이 적용한 6억3000만원은 실제 매매사례가격이 아닌 호가임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판원은 이어 "이 같은 측면에서 국세청이 TIS자료를 토대로 매매사례가격을 조정·적용한 방법은 '법령에 근거가 없는 임의적 방법'으로 적법한 시가라 할수 없다"며 "적법한 유사매매사례가액을 찾아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령에도 없는 임의적 방법으로 증여재산가액을 평가해 세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된 처분"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