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조세범 법정형 외국비해 가볍지 않아"
외국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은 조세범처벌 형량을 규정한 법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조세포탈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조세범에 대한 징역형 선고보다는 벌금형에 주로 처하는 현실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김호성 전문위원은 18일 조세범처벌법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열린우리당 윤원호 의원의 조세범처벌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검토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지적을 내놓았다.
윤 의원은 최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공제를 받는 자에 대한 처벌 양형(법정형)을 현행 3년 이하의 징역에서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입법안을 발의했었다.
현행 형법상 횡령죄와 사기죄에 비해 조세범에 대한 양형이 가볍다는 점을 감안해 양형을 대폭 강화, 조세범죄의 창궐을 엄격하게 처벌한다는 취지의 개정안이다.
그러나 국회 재경위는 조세범 처벌 양형 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재경위는 현행 조세범처벌법상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포탈세액의 최고 5배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특가법이 적용될 경우 포탈세액 5억원 이상인 경우 3년 이상 징역형, 10억원 이상인 경우 5년 이상 징역형 또는 무기징역형에 처하고 포탈세액의 최대 5배를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김 전문위원은 "현행 규정은 조세포탈범의 법률위반 경중에 따라 단계적으로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조세범처벌법상 법정형을 (5년 이하)상향조정할 경우 포탈세액 5억원 이상인 경우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특가법과 상충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위원은 이어 "현행 법체계는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범죄예방효과를 위한 형벌규정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세포탈범죄가 빈발하는 것은 조세범죄를 일반형사범죄와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라며 "(조세범에 대해)징역형 보다는 벌금형을 주로 부과하는 현실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2005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조세범과 관련한 형사공판사건(1심)선고 1918건 중 징역형은 291건(15.1%), 벌금형은 435건(22.6%)이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범에 대한 선고도 671건 중 징역형은 36건(0.5%), 벌금형은 이 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328건(48.8%)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문위원은 "일본, 프랑스 등의 조세범에 대한 법정형은 대체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규정되어 있다"며 "3년 이하 징역, 벌금병과 등을 규정하고 있는 한국 법정형이 외국에 비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