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국적기업의 '이전가격'에 대한 관세심사

□ 이전가격의 개념

다국적기업이란 세계 각지에 자회사(子會社)·지사·합병회사·공장 등을 확보하고 생산·판매활동을 국제적 규모로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다국적기업에서는 전세계 소득에 대한 조세를 최소화하는 경영전략에 따라 국가간 법인세율의 차이가 크고 계열기업간의 내부거래액이 클수록 이전가격과 내부거래를 이용하여 소득이전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이전가격(Transfer Price, T/P)은 다국적기업의 내부거래 즉, 관련기업(Related Parties)간 거래가격으로서 다국적기업이 기업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본지사간 거래와 다국적기업간 재화 또는 용역을 제공할 때 적용하는 가격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 다국적기업 현황

'06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21만여 법인사업자 중 외투법인(외국법인 및 외국인투자법인) 수는 6.5%인 13,855개 업체에 불과하나, 수입규모면에서는 '01~'06년 전체 수입금액 13,620억불의 35.4%에 해당하는 4,815억불에 달하고 있다.

□ 이전가격 심사동향
 
사후심사를 원칙으로 하는 관세심사에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대하여 관세법과 WTO관세평가협정에서 정하고 있는 거래가격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심사하게 되는데 그 주요 심사내용을 살펴보면 ① 다국적기업간 거래에서 거래가격이 특수관계에 영향을 받았는지 여부 ②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해당하는지 여부 ③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구매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및 중개료·용기비용·포장에 소요되는 노무비 및 자재비·수입물품 생산 및 수출거래를 위하여 수입자가 공급하는 물품 또는 용역대가·특허권료·사후귀속이익·보험료 및 운송비 등의 금액이 가산되었는지 여부 등을 심사한다.
 
'02년~'06년까지 관세청의 관세심사실적을 보면, 전체 2,266개 업체에 대하여 기업심사를 실시하였고 그 중에서 외국인투자법인은 전체 심사업체 수의 20%에 해당되는 447개 업체를 심사하여, 이 기간중 전체 추징세액인 6,258억원의 63%에 해당하는 3,973억원의 심사실적을 거양하였다. 그리고 그 추징사유를 보면 이전가격과 관련한 과세가격누락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과세관청의 숙제
 
이전가격과 관련한 법원(法源)으로서 관세는 “WTO관세평가협정”과 “관세법”이 있고 내국세는 “OECD 다국적기업에 대한 이전가격지침” 및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이하 국조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와 같이 양 과세당국이 과세근거가 되는 법원을 달리하는 것은 WTO관세평가협약은 개도국과 선진국의 입장을 상호 절충하는 보편타당성을 지닌 다자간 협상의 산물이고 이를 반영한 과세논리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에, OECD는 시장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세계경제질서를 선도하는 선진국의 입장을 우선 반영하여 OECD 이전가격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과세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연유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특수관계자간 거래에 대하여 과세하는 경우, 관세당국은 과세가격을 가급적 높이기 위해서 정상가격을 높게 책정하려고 할 것이고 내국세당국은 가급적 비용을 축소하여 소득을 높여 정상가격을 낮게 책정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납세자 측면에서는 납부세액 축소라는 측면에서 관세분야에서는 수입가격을 낮게 책정하려고 할 것이고 내국세 분야에서는 공제되는 매입원가를 높이기 위하여 수입가격을 높게 책정하길 원하는 상반된 입장에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특수관계자간 국제거래와 관련한 과세조정 과정에서 관세 및 내국세 당국간의 업무 협조로 과세당국의 통일된 과세체계 수립을 요청하고 있으나, 관세와 국제조세의 부과대상이 상이하고, 수입물품 과세가격결정방법에 대한 관세와 국세의 근거법이 다르기 때문에 다국적기업에서 국세청의 APA(Advance Pricing Arrangement)에 의하여 조정 받은 이전가격으로 수입신고를 하였다 하더라도 관세심사과정에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인 거래가격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추징 등의 문제가 여전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 이전가격에 대한 국제적 논의 동향
 
WCO(세계관세기구)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합동으로 작년 5월에 이어 금년 5.22부터 23일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 “관세평가와 이전가격”이란 주제로 2차 합동 컨퍼런스(2th Joint WCO/OECD Conference On Transfer Pricing & Customs Valuation)를 개최하였다.
 
이번 합동회의에 171개 국가가 가입한 WCO의 주요 회원국 세관공무원 뿐만 아니라 세계 굴지의 외국계 투자업체 및 법무법인 등 230여명이 참석하여 높은 관심을 표명하였다. 특히 관세당국이 수입물품의 가격평가시에 따라야 하는 규범인 WCO 관세평가협정과 내국세분야의 OECD 이전가격지침의 통합과 조정이 가능하고 필요한지 여부와 WCO, WTO 및 OECD 같은 국제기구의 역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광범위한 논의가 있었다.
 
금번 회의에서도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향후 전문가 그룹이 구성되어 토론이 이루어 질것으로 예상되는 바, 추후 논의동향에 대해서도 우리 관세청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적극 대응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관세청의 심사정책방향
 
1) 과세가격 사전약정제도 도입 추진
 
관세청에서는 다국적기업의 이전가격에 대한 관세?내국세 양 과세관청 간 수입물품 과세가격평가체계 불일치로 인한 외투기업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하여 납세자의 신청에 따라 과세당국과 납세자의 상호합의를 통해 사전에 결정하여 주고 약정기간 동안 사후심사를 면제 또는 유예하는 과세가격 사전약정제도(Advance Customs Valuation Arrangement ; ACVA)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사후정산시스템의 도입을 통하여 수입신고 오류사항 등을 업체에 안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2) 이전가격 심사 고도화
 
또한 다국적기업의 이전가격에 대한 심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교육을 통해 심사직원들의 심사역량을 강화하고, 관세탈루유형별로 심사기법을 정리하여 이전가격심사매뉴얼을 제작하여 활용토록 하는 한편, 관세심사체계 개편을 통하여 다국적기업에 대한 종합적 위험관리체제를 구축하고 심사팀제를 확대하여 '이전가격 심사관리 전담팀' 설치 운영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 맺음말

관세청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무역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민관협력을 증진하고 적법한 과세조치로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으나, 이전가격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과세가격 산정이 어려워 업체와의 조세마찰 가능성이 여전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관세청의 노력과 함께, 업체에서는 사후 추징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수입신고시 관세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등 관세법에 부합되는 거래가격으로 신고 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

다고 사료된다.

관세청 심사정책국장 오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