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4일부터 자료상 행위자 통신자료 요청 가능"
"조세범칙조사에 제한적 활용-일반인 사생활 침해 우려 없다"
#사례=일선세무서 자료상 조사전담반은 지난 2005년 12월 부가세 신고를 앞두고 관내 한 자료상 업체가 텔레마케터를 고용, 전화로 기업체들에게 가짜세금계산서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에 조사전담반은 즉각 내사에 착수해 불과 몇 일전 전화선 12개만 개설한 채 실체 없는 사업장을 운영한 사실을 적발, 12개 전화번호의 통신자료(가입자 성명, 주소, 설치장소, 변경내역 등)을 KT에 요청했으나 KT는 국세청이 요청권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국세청은 조사에 필요한 결정적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조사팀을 가동, 백방으로 수소문한 결과 자료상의 실제영업장소를 파악하고 이들의 사업장을 급습해 29명의 자료상 혐의자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이들을 검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달여, 조사팀이 '맨땅에 헤딩'을 하던 사이 이들은 전국적으로 213개 업체에 56억원 어치의 가짜세금계산서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국세청이 조사초기단계에서 통신자료 요청권이 있었다면 최소한 가짜세금계산서가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7월4일부터는 자료상 행위 등 조세범칙사건 조사를 위한 '통신자료(전화, 인터넷 등 통신가입자의 인적사항 자료)'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요청이 가능해져 위 사례와 같은 조사력 낭비 사례는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2일 "오는 4일부터 조세범칙혐의자의 통신자료 제공요청이 가능해져 가짜 세금계산서를 판매하는 '자료상'을 즉시 색출, 처벌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요청할 수 있는 통신자료의 범위는 전화, 인터넷 등 통신가입자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가입 및 해지일자 ▲전화번호 ▲ID(컴퓨터시스템이나 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를 식별하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 등이다. 통화내역 등 통신기록은 제외된다.
통신자료 요청대상자는 세금계산서 관련 범칙혐의자로 한정된다.
박동렬 국세청 세원정보과장은 "국세청이 실제로 요청할 주요 대상은 신문, 전단지, 인터넷 카페, 텔레마케터 고용을 통해 세금계산서 구매를 유혹하는 속칭 '자료상' 들이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이들 자료상은 전화번호, ID를 수시로 변경하면서 단기간에 수 십억원씩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잠적해 버려 통신자료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통신자료 요청권을 확보함에 따라 전화나 인터넷 등 통신매체를 이용한 탈세행위를 방지하고 자료상 등과 같은 조세범칙행위자를 적시에 색출해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과장은 "통신자료 요청권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행사할 예정이며 조세범칙행위자의 범칙사건 조사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해 일반 국민의 개인정보 침해나 오·남용의 우려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에 통신자료 요청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지난 2005년 의원입법안 형태로 국회에 제출, 1년여간의 논의를 거친 끝에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으며 올해 1월 관련 내용이 공포·시행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