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문제는 법원의 조치를 기다릴 뿐"
"국민연금 주식투자는 '환영', 경영권 행사는 '문제'"
내달 3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퇴임을 한달 가량 앞두고 5일 금감위원을 출입하는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속풀이'를 했다.
이날 간담회장에 나온 윤위원장은 첫마디로 "아침에 평창에서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해 안타깝다. 그러나 기회는 또 올 것"이라고 운을 뗀 뒤 그동안 쌓아두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이날 간담회는 사실상 퇴임전 언론과의 마지막 공식적인 자리로 할말은 많지만 시간에 쫓겨 "나중에 다시 불러달라"며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도 비췄다.
평소 강조하던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금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에 대한 대못을 박은 것"이라로 강하게 표현했고, 카드수수료 문제는 "정치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에도 "경제논리로 풀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국민연금의 우리·외환은행 인수에 대해서도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국민연금이 인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에 대못질 한 것"
금산분리에 대한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산업과 자본의 분리를 규정하고 있는 '금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을 "대못을 박아 묶어 두는 것" 표현하고 이를 완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는가 하는 부분은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승패가 갈린다"며 "360조원이 넘는 잉여금을 '산업자본'이라고 대못을 박아놓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할 경우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자본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면 감독강화를 통해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고, 부작용을 방지할 장치는 은행법 등에서 지금도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국내 자본과 해외자본간의 역차별이 이뤄지고 있는데 지금 우리금융을 누가 인수하겠는가, 국내외자본간의 역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빅뱅 대비 위해 돈·사람·인프라 확보해야
윤 위원장은 앞으로 자본시장 통합법 통과와 함께 다가올 금융산업의 빅뱅(금융혁신)에 대해 "기본적으로 금융회사를 경영하는 분들이 비전과 전략을 갖고 임해야 한다"며 "하나의 서비스 산업인 금융산업이 필요한 것은 돈과 사람과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확충을 위해 순조롭게 투명한 방법으로 하되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규모를 키워갈 수 있는지,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것인지 우수인재를 스카웃 할 것인지 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프라의 국제적 수준도달을 위해서는 회계제도의 선진화, 기업경영의 전략적 노하우 개발, 금융감독당국의 감독방법 선진화가 함께 이뤄져야 글로벌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증권사의 신규진출 전향적으로 검토
윤위원장은 은행들의 증권사 인수와 증권사진출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회사 진입문제는 불특정 다수인의 자금을 모집하는 공식적인 라이센스 산업인 만큼 모든 나라의 당면과제"라며 "과당경쟁이라는 측면과 함께 자율화하지 않았을 때는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된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아직 답변할만한 단계에 와 있지 않다"면서도 "감독당국의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과당경쟁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는 등 증권사 진출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돈빌려서 투자하는 것은 반드시 시정돼야"
주식신용거래에 대해 감독당국이 규제에 나서면서 지나친 규제가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금감위원장은 단호했다.
윤위원장은 "몇몇 증권사들이 자기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콜자금을 빌려서 그 빌린돈으로 투자하게 하고 있다"며 "빌린돈으로 투자하게 하는 것은 반드시 시정해야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주식시장은 대단히 상승하고 있고 감독당국에서는 특히 주목하고 있다"며 "나중에 주가가 돌아설 것을 대비해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감독해야하는 감독당국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자기 돈으로 투자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어야 잘못을 감독할 수 있다"며 "주식신용거래에 대한 규제는 자본흐름의 건전성 필요에 의해 지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증권사들이 도입하려고 하는 대주거래에 대해서도 "대주거래는 주가가 하향으로 간다는 것이 예견될 경우 자연스럽게 논의되는 것인데 현재 주가가 상승하는 분위기에서 대주거래를 논의하는 것은 별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국민연금 주식투자는 '환영', 경영권 행사는 '문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의 은행인수문제에 대해서는 주식투자자체는 환영하지만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윤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지금까지 안정적인 채권에만 투자해 왔는에 안정적인 수익추구를 나무랄수는 없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너무나 후진적이다"라며 "개인적으로 국민연금이 주식소유 내지 투자쪽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국민연금의 법적실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공적자금회수와 관련된 은행의 처리방안, 특정은행을 소유하게 됐을 때 누가 경영하고 누가 책임질 것인지, 경쟁력이 나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종합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200조가 넘는다. 앞으로 몇백조가 돼 금융의 거대한 공룡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전문기관이 국민연금을 맡아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배구조 문제도 제기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문제는 "경제논리로 풀 것"
최근 카드수수료문제를 "정치로 풀어야 한다"고 언급한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에는 "경제논리로 풀겠다"며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의 흔들리지 않는 소신을 밝혔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지난 4일 당초 오는 13일로 예정됐던 카드수수료 공청회를 연기했는데 이것이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이은 것이어서 시장원리를 주장하던 금감위가 움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의 "타이밍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금융연구원 용역의 중간결과를 보니 전업카드사를 중심으로만 검토가 돼 있고, 규모가 큰 국민카드와 외환카드가 빠져있어서 이를 분석대상에 포함시키고 회계전문기관의 검증도 필요해서 연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이밍일 절묘했을 뿐 원인은 따로 있다는 해명이다.
그는 "카드수수료 문제는 경제논리로 풀겠다"며 "공청회는 (수수료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론스타 문제는 법원의 조치를 기다릴 뿐
직언을 서슴치 않았던 윤 위원장도 론스타 문제와 후임원장 등 곤란한 내용에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론스타 문제는 재판이 진행중인 사항으로 법치국가인 만큼 법원에서 진행중인 상황에서 행정적인 조치를 가하면 추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법원의 재판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후임원장에 대해서는 "임명권자가 잘 판단해서 결정하실 것"이라며 말을 아낀 그는 "임기가 끝나면 평범한 시민으로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