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지분공시시스템은 큰 허점 드러내
실제로 매입하지 않은 지분을 매입한 것처럼 속여 금융감독원에 5% 보유신고를 한 사례가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장세현씨는 지난해 7월 서울증권 지분 5%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본인이 보유하고 있던 2.63%의 지분에다 부인인 박명희씨와 아들인 장원익씨 등 특수관계인 4명의 지분 2.37%를 더한 수치였다.
장세현씨는 지난해 유진기업과 한주흥산간 서울증권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5%의 지분을 취득하며 캐스팅보트로 떠올랐으며, 이른바 `슈퍼개미`로 불린다.
이 과정에서 SK증권 삼성지점에 근무하던 Y씨가 장세현씨의 대리인 자격으로 주식보유현황을 금감원에 보고했다. 이후 서울증권이 유진기업으로 인수되자 장원익, 박명희씨 등 특수관계인들은 지난 3월 보유하고 있는 서울증권 주식 2.37%를 매각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계좌내역을 확인해본 결과 장세현씨가 서울증권 지분 5%를 모두 확보하지 못한채 5% 보유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장세현씨는 SK증권 직원인 Y씨가 주식매매 내역을 허위로 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Y씨가 박명희씨 등의 계좌에 예치된 자금을 동의없이 선물·옵션 등에 투자해 손실을 입혔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SK증권측의 해명은 다르다. 허위로 지분보유 신고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계좌자금을 임의로 매매에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SK증권에 따르면 장세현씨는 서울증권 지분 4.7%를 다른 증권사 창구를 통해 산 후 Y씨에게 0.3%를 추가로 매입해 5% 보유신고를 하도록 주문했다. 하지만 Y씨는 미처 0.3%를 채우지 못하고 금감원에 5% 보유신고를 했다.
Y씨가 왜 허위로 5% 보유신고를 했는지는 아직 정확한 이유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 이후 장세현씨의 아들인 장원익씨가 박명희씨 등의 계좌에 있는 서울증권 매각대금을 인출해 Y씨에게 일임매매를 맡겼으며 이 과정에서 80억원가량 손실을 보자 Y씨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SK증권측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당시 서울증권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장세헌씨의 움직임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이 주가조작으로 확대될 여지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장세현씨와 Y씨가 책임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경찰도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행 법상 최종 보고의무자는 장세현씨인 만큼 일단 공시위반에 따른 제재는 장씨가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5% 허위신고 사실에 대해서는 "공시는 기본적으로 사후적으로 점검할 사항"이라며 "수많은 상장기업들의 공시를 일일이 조사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분공시시스템이 큰 허점을 드러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5% 지분보유 공시의 경우 사안에 따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허위로 지분공시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신뢰성에 금이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