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활동 관계자 오찬자리에서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박용성 IOC위원(두산 명예회장), 이건희 IOC위원(삼성회장) 등 유치활동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저는 (평창 유치가) 성공하지 못한 순간, 제 스스로가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유치활동 관계자) 여러분들 중에는 아무도 저를 비난하시는 분은 없는 것 같다"며 "이번 일에 대해서 큰 비난을 듣지 않았던 것은 여러분이 좋은 말씀을 전해줬기 때문이고 국민들의 안목이 (유치 실패를)너그럽게 이해하고 격려해 줄줄 아는 수준이 돼서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노 대통령은 "무슨 일이든지 안 되면 뒷말이 많기 마련이다. 네 탓하고, 내 탓하고, 심하면 조상 탓까지 하고 그런 일이 많은데 이번 일 뒤에는 그런 얘기들이 없다"며 "이는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것이고 또 서로가 공을 다투려고 한 일도 없고 일을 남에게 밀어붙인 그런 일도 없어서 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승리한 사람의 노력과 영광을 칭송해야 하지만 아울러서 실패하고 낙오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이후에 해야 할 것은 우리 스포츠 외교력을 어떻게 강화해 가야 될 것인지에 대한 문제에 대해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이건희 회장, 푸틴 대통령 자존심 버린 것이 승부에 영향= 이와 함께 이날 오찬에 참석한 이건희 IOC위원(삼성회장)은 평창 유치 실패 원인에 대해 "먼저 러시아라는 나라와 경쟁했다는 것이고 다음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존심을 버리고 영어로 연설하고 말미에는 불어로 했는데 자존심이 강한 분이 그렇게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회장은 "(러시아의) 각 나라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며 "우리도 어느 때보다 열심히 했다. 대국하고 경쟁해서 4표 차이라면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평창 재도전 여부에 대해 박용성 IOC위원(두산 명예회장)은 "강원도가 먼저 결정할 일이다. 아직 4년이나 남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