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내 한 정부양곡 가공공장이 국내산 쌀에 중국산 쌀을 섞어 정부에 납품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양곡 가공공장에서 수입 쌀을 혼합했다 적발된 사례는 전국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며, 이 과정에서 지도 단속권을 갖고 있는 공무원이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전북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임실군에 있는 한 정부양곡 가공공장이 불법으로 정부미에 중국산 쌀을 섞어 납품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이 공장은 지난 5월 2만4천kg의 국산 원료곡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중국 쌀을 섞었으며 이 가운데 1만5천여kg은 이미 정부에 납품을 한 상태다.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DNA 조사 결과 중국산 쌀이 혼합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공장측도 이를 일부 인정했다"며 "하지만 전체 물량 가운데 얼마 만큼의 중국산 쌀이 섞였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장측은 혼합한 중국산 쌀은 40여kg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은 1950년대부터 전북도와 계약을 맺고 연 평균 1천400여t을 도정, 납품해왔으며 올해의 경우 추가로 배정받은 대북지원용 쌀 2천430여t을 포함해 모두 4천여t을 가공할 계획이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정부양곡 가공 시 현장에 직원을 보내 품위 검사를 한 뒤 합격 여부를 판정해준다.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가공 현장에 있던 검사원들을 불러 품위 검사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혐의가 드러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는 지난 6월 26일 이런 사실을 통보받고 곧바로 이 가공공장에 가동 중단을 지시한 뒤 지난 16일자로 계약을 해지했다.
도는 이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농산물품질관리원과 공동으로 정부양곡 가공공장에 대한 지도.점검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이 공장에 배정됐던 나머지 물량은 인근의 남원이나 순창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정부양곡 가공공장은 정부와 계약을 맺고 정부미를 도정한 뒤 납품하며 이 쌀은 대북 지원용이나 군부대 및 학교 급식 등에 주로 이용된다.
정부양곡 가공공장에 대한 계약과 가공료 지급 등의 포괄적 관리는 자치단체가 맡고 있으나 품질관리와 현장지도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책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