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부가세의 신고납부, 사업자 등록·변경, 휴·폐업신고, 환급금신청, 과세전적부심, 이의신청 등 납세자의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이행에 손발이 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일선 세무서.
수많은 납세자들을 상대하다보니 당연히 각 세무서별로 관할구역이란 것이 있고, 해당 구역내에 동사무소와 같은 전초기지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세무서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입지조건과 역사적인 사유로 해당 관할 구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세무서가 위치해 있어 납세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곳이 적지 않다.
남의 땅에서 살림을 일궈가고 있는 이들 세무서는 강서·강동·구로·서초·삼성세무서 등 서울지방국세청관내에만 5곳.
강서세무서의 경우 강서구가 관할지역이지만 소재지는 영등포구 양평동이며 강동세무서는 강동구가 관할지역이지만 송파구 풍납동에 있는 송파세무서와 같은 정문을 사용하고 있는 신세.
구로세무서 역시 구로구가 관할지역이지만 영등포구 문래1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초세무서와 삼성세무서는 각각 서초구 서초·양재·우면·원지·염곡·신원·내곡동과 강남구 삼성·대치·개포·수서·일원·세곡·자곡·율현동이 관할 구역이지만 역삼세무서와 같은 역삼동 소재의 통합세무서 빌딩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납세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곳 중 하나는 구로세무서로 관할구역은 구로구 전체이지만 세무서의 소재지는 4∼5킬로미터 떨어진 영등포구 문래1가이다.
이러다 보니 구로구에 소재하고 있는 납세자들은 세무서의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구로구에서 벗어나 영등포구까지 이동해 세무업무를 처리하는 등 불편함이 계속되고 있다.
구로구 구로동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하 모씨 역시 불편함으로 서울지방국세청에 민원까지 제기한 상태.
하씨는 "세무민원을 보려고 구로구 구로동에서 영등포구 문래동까지 가야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영등포 수도사업소가 구로동에 있으니 구로세무서와 건물을 교환하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하고 있다.
이처럼 세무서들의 위치가 관할 구역과는 다르게 어정쩡하게 자리잡은 것은 세무서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구로세무서는 1982년 지금의 영등포세무서에서 분리돼 나오면서 지금의 청사로 자리를 잡았으나 1995년 관할구역 조정시 구로구를 관할로 확정하면서 이같은 불합리함이 시작됐다.
강서세무서 역시 1970년 영등포세무서에서 분리돼 한강세무서의 이름으로 출발했으나 이후 90년대 들어 양천세무서를 다시 분리해 떨궈내고, 1992년에는 양평동과 양화동의 업무를 영등포세무서로 이관하면서 관할구역과는 거리를 두게 됐다.
강동세무서도 1980년 개서 이후 강동구와 송파구가 분리되면서 위치가 애매해 졌고, 이후 송파세무서가 별도로 생기면서 관할구역과 소재지가 달라지는 상황을 연출했다.
서울지방국세청도 이러한 문제점은 이미 파악하고 있으나 땅값 비싼 서울에서 세무서 건물을 이전하기란 쉽지 않은 일.
오대식 서울지방국세청장도 최근 지역 상공회의소와의 간담회에서 "오래되고 열악한 구조를 가진 세무서를 옮기고 싶다"는 의중을 밝히곤 있지만 관서의 이동은 예산문제 등 쉽지 않은 과제.
하지만 납세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정부의 입장이 항상 예산과 여건 타령만 하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납세자들이 숙명적으로 안고 가야 하는 비애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