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취득한 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동산거래계약신고를 했더라도, 신고된 실제 취득가액이 정부의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의 진단처리 결과 턱없이 적어 하한미달로 '부적정' 판정을 받았을 때 취득세 부과는 어떻게 될까.
신고를 받은 지방자치단체가 납세자의 신고를 무시하고 토지의 ㎡당 개별공시지가에 토지면적을 곱하는 방법으로 신고가의 2배에 가까운 시가표준액을 산출, 이를 과세표준으로 삼아 취득세 등을 부과했더라도 적법한 부과라는 행정자치부의 심사결정이 내려졌다.
취득세는 취득자의 이익을 포착해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취득당시 과세물건의 가치를 과세표준으로 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라서, 그 과세표준은 취득을 위해 실제로 지출한 금액이 아니라 취득재산의 객관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돼야 한다는 것이 결정의 이유.
행정자치부는 5일 "서울 서초구의 A씨가 세무대리인을 통해 '경기도 의왕시가 신고한 실제 취득가액 11억원이 아닌 시가표준액 21억660만원을 기준으로 취득세와 농어촌특별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심사청구를 제기, 심리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행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8일 경기도 의왕시에 소재한 토지 1053㎡를 11억원에 취득하고, 이날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동산거래계약신고를 마쳤다.
의왕시는 A씨가 신고만 했을 뿐 납부기한까지 지방세를 납부하지 않자 신고한 가액을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으로 검증을 했고, 그 결과 '부적정'이라는 진단으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자 시가표준액에 따라 지방세를 부과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의왕시는 해당토지의 ㎡당 개별공시지가인 200만원을 토지면적 1053㎡에 곱해 시가표준액 21억660만원을 산출했고, 이를 과세표준으로 삼아 A씨에게 취득세 4262만원과 농어촌특별세 463만원을 합쳐 4725만원(가산세 포함)을 부과고지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토지 취득가액 11억원을 정상적으로 신고했는데도 검증결과 '부적정'으로 판정됐다는 이유로 실거래가격 보다 높은 시가표준액으로 취득세 등을 부과한 것은 헌법의 공평과세와 실질과세의 원칙에 어긋나는 부당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행자부는 결정문(취득세 제2007-371호. 2007. 6.25)에서 "취득세 및 등록세의 과세표준은 취득 당시 가액으로 하되 취득·등기당시의 가액이 시가표준액에 미달하는 때에는 시가표준액을 과세표준으로 하도록 지방세법에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거래가액에 따라 과세는 ▲법인장부 등에 의해 취득가격이 입증되는 취득 ▲공매방법에 의한 취득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에 의한 신고서를 제출해 검증이 이루어진 취득 등으로 제한돼 있다는 것이 행자부 설명이다.
행자부는 또 "개인간 거래에서 신고가액이 시가표준액에 미달될 때 시가표준액을 과세표준으로 하는 것은 공적기관에서 합리적으로 산출된 시가표준액이 재산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였다고 봐 개인간 거래에 있어 취득가액의 최소기준으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자부는 이어 "시가표준액이 재산의 객관적 가치인 시가를 적절히 반영하는 한, 신고가액이 시가표준액에 미달할 때 시가표준액을 과세표준으로 한 것은 집행과정에 개재될 수 있는 부정을 배제하고 실질적인 조세부담의 공평과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행자부는 이에 따라 "A씨가 비록 법에 따라 부동산거래계약신고를 했더라도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의 진단처리 결과 하한미달로 '부적정' 판정을 받아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사실상 취득가액 적용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의왕시 처분은 적법하다"고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