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1300억원 세수감‥자영업자 1인당 16만원 주는 셈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이 내는 소득세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세율인하, 공제확대, 과세표준구간 상향조정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세율인하는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에 적용되기 때문에 소득이 적은 납세자는 고소득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다.
공제확대 정책은 정책목표에 맞게 타겟팅(targetting)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면세자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조세정책방향에는 맞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그동안 각종 공제확대와 소득세율 인하(2002년 10%, 2005년 1%P)정책을 실시해 온 반면, 1996년 이후 과표구간은 한번도 조정한 적이 없다.
22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07년 세제개편안'에는 중산·서민층의 세부담 경감을 위해 내년부터 소득세 과표구간을 상향조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관련기사 : 조세일보 2007년 8월 14일자-소득세 과표구간 11년만에 손질된다).
재경부는 과세표준 상향조정으로 인해 오는 2013년까지 1조13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세수감소분은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세부담을 줄이는데 쓰이게 된다.
□ 근로자·자영업자 세부담 얼마나 주나?=현재 소득세 과표구간은 현재 ▲1000만원 이하(8%) ▲1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17%) ▲4000만원 초과~8000만원 이하(26%) ▲8000만원 초과(35%) 등 4단계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 1월 1일부터 4단계 과표구간의 세율은 동일하게 적용하되 ▲1200만원 이하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 ▲8800만원 초과 등으로 각각 10~20% 조정된다.
이 경우 연간 소득금액 ▲1000만원 초과~1200만원 이하 ▲40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 ▲80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의 납세자들이 한 단계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세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예를 들어 현재 26%의 세율이 적용되는 연소득 4600만원인 근로자는 과표구간 조정에 따라 17%의 세율을 적용받게 되며, 35%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8800만원 연봉 근로자 역시 26%의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것.
재경부에 따르면 독신 근로자(자영업자)의 연간 급여(소득)이 3000만원일 경우 현재 92만원의 세금을 내고 있지만, 내년부터 74만원의 세금을 내게 돼 연간 18만원의 세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연간 급여 4000만원~5000만원인 근로자 역시 연간 18만원의 세부담이, 6000만원 근로자는 19만원의 세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급여가 높아지면 세부담 경감액은 더욱 커진다. 연급여 7000만원~1억원 근로자는 과표구간 조정으로 인해 연간 72만원의 소득세가 감소하며, 1억5000만원 이상의 근로자는 144만원의 세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 1인당 세부담은 자영업자 16만원↓, 근로자 13만원↓=재경부에 따르면 소득세 과세표준 경감으로 인해 근로자 8100억원, 자영업자 3200억원 등 총 1조13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총 근로자 1297만명 중 근로소득세를 낸 납세자 610만명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세금을 내는 근로자 1인당 연간 13만3000원의 세부담이 줄게 된다.
또한 자영업자 437만명 중 종합소득세를 낸 195만명을 기준으로 3200억원의 세수감소액을 나눠보면 1인당 16만4000원의 세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 11년간 유지한 과표구간, 왜 조정되나?=지난 1996년 이후 11년간 유지돼 온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이 올해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점에 대해 일각에서는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적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당시만 해도 재경부는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는 등 미온적인 시각을 보여왔기 때문.
당시 재경부 세제실 관계자는 "과표구간을 단순하게 상향조정 하게되면 근로소득자 보다는 소득탈루율이 높으면서 고소득자가 많은 자영업자에게 더욱 큰 혜택이 돌아간다"며 "과표구간 조정보다 세율을 낮추는 것이 외국인투자 유치나 국제조세경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각종 공제확대와 세율인하 등으로 인해 매년 1조원 규모의 세부담을 감소해왔으며, 올해는 단지 '과표구간 조정'이라는 방식을 택했다고 해명했다.
재경부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공제확대 및 세율인하를 통해 지난 2000년 1조4000억원, 2001년 1조2000억원, 2002년 1조5000억원, 2003년 3000억원, 2004년 1조3000억원, 2005년 5000억원의 근로소득세 부담을 줄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물가상승률 및 임금상승률을 감안해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혀오던 재경부가 올해 세제개편안에 과표구간 조정을 핵심 내용으로 담은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그 혜택은 세금을 성실하게 내고 있는 납세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다만 이전의 세제개편안에서 공제확대 등의 감세방안과 상충되는 증세방안의 비율을 맞춰 세수 중립적으로 추진해왔던 것과 달리,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별다른 증세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은 '대선용 퍼주기'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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