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도래 22개 제도 중 10개 폐지, 8개 연장, 4개는 축소
총 2조7000억 조세감면 규모 내년에도 유지
정부는 성장동력 확충 및 취약계층 지원 등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매년 20조원의 넘는 세금을 깎아주고 있다. 비과세·감면제도는 자칫 조세형평성을 해칠 우려가 있고 세입기반을 잠식시킨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조세정책 입안의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 역시 매년 세입기반 확충을 위해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정치권이나 제도 수혜계층 등을 중심으로 한 입김으로 인해 정비방침이 퇴색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22일 재경부가 발표한 '2007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일몰예정인 22개 비과세·감면제도 중 10개 제도를 폐지하고, 4개는 축소, 8개는 연장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절반에 가까운 비과세·감면 정비방침이 정해졌음에도 불구, 실제 항목별로 보면 조세감면 규모가 큰 제도는 대부분 연장되고, 지원액수가 미미한 제도는 폐지됐다. 이용실적이 미미한 제도에 대해서는 정비한다는 게 정부의 조세감면 정비원칙이지만, 이번 방안이 세입기반 확충을 위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 덩치 큰 제도는 '연장', 미미한 제도는 '폐지'=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제도는 총 2조8400억원(관세포함) 규모에 이른다. 이 가운데 조세특례제한법상 올해 일몰도래 조세감면제도는 총 18개, 감면액수는 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감면액 21조2000억원의 12.7%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농어업용 유류세 면제제도는 지난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국내 보완대책의 일환으로 오는 2012년까지 5년간 연장됐다. 이 제도의 조세감면액수는 2조원에 이른다.
또한 올해 일몰도래 제도 중 두 번째로 덩치가 큰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역시 오는 2009년 말까지 2년간 연장됐다. 다만 최저사용금액 기준을 총급여의 15%에서 20%로 올리고 공제율 15%에서 20%로 상향조정해, 대상자를 줄이는 대신 공제폭을 높였다.
2006년 재경부 조세지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로 인한 조세감면액수는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실제로는 7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5년 세법개정으로 인해 2006년 귀속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20%에서 15%로 줄어들면서, 총 조세감면액수가 당초 추정치보다 3000억원 가량 감소했다는 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탈세 만연으로 인해 정부에서 조세지원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금지금 부가가치세 과세특례제도 역시 귀금속 업계활성화방안의 일환으로 일몰기한이 오는 2010년까지로 연장됐다.
반면 지난해 조세지원액이 미미했던 ▲금융지주회사 설립시 증권거래세 면제제도(지원액 없음) ▲공동전산망을 이용한 화물운송위탁시 운송비에 대한 세액공제(900만원) ▲중소기업경영컨설팅 구매비용 세액공제(7500만원) 등은 내년부터 폐지될 예정이다.
□ 규모 작은 비과세·감면제도만 정비, 세수확충 '0'=재경부는 올해 세제개편으로 인해 내년부터 2013년까지 총 3조5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비과세·감면정비로 인한 세수증가액은 전혀 없다.
올해 일몰도래 제도의 조세감면액 2조7000억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어업용 면세유,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제도의 일몰을 연장한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비과세·감면제도의 일몰연장 여부는 개별 사안의 실효성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농어업용 면세유와 신용카드 공제제도 등은 현 상황에서 연장이 꼭 필요했던 제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3년 재경부는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세입기반 확충을 위해 조세감면 규모와 종류를 지속적으로 축소·단순화함으로써 세율인하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세제개편안에 나온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방안은 그동안의 재경부 입장에도 불구하고 '종류'를 일부 축소하는 선에서 그쳤지만, 각 제도가 가진 특수성때문에 '총량'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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