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7천여개 지점을 갖고 있는 은행들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할 경우 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동통신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결제원과 17개 은행으로 구성된 모바일금융협의회는 이달 초 회의를 열어 은행권 공동으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로 등록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합의했다.
MVNO는 기존 이동통신사업자(MNO)의 주파수와 중계망을 임대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통신서비스 재판매 사업자의 일종이다.
독자적인 브랜드로 이동통신 서비스와 요금 체계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영업중인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 이외에 이동통신사가 새로 설립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정보통신부가 마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10월 국회를 통과하면 시장 점유율이 50%를 초과하는 유.무선통신 사업자는 자체 네트워크를 재판매 시장에 개방해야 한다.
MVNO는 상표권과 가입자에 대한 소유권 보유 정도에 따라 풀(Full) MVNO와 ESP, SP 등 3종류로 나눠지며 은행권은 유형에 따라 2천억~6천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은행권은 공동 MVNO 설립을 통해 모바일뱅킹과 관련된 금융 서비스를 금융기관이 직접 제공함으로써 서비스의 안정성과 고객 정보 보호 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경쟁 활성화를 통해 통화 품질 향상과 요금 인하 등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들이 전국 7천여개 지점을 통해 이동통신 사업을 벌일 경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대표적 MVNO인 버진모바일은 1999년 10월 서비스를 개시해 1년 만에 약 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2004년 388만명, 2005년 435만명 등으로 꾸준히 늘리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독자 법인 설립과 금융결제원을 통한 공동 법인 설립 방안, 제휴사업 모델에 대해 실무 검토를 하고 있다"며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MVNO 사업에 진출하면 3세대 이동전화와 관련한 은행권과 이동통신사 간 주도권 공방 등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