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 인상 문제는 당초 사르코지 대통령이 집권 직후 추진하려다 여론의 호된 비판에 직면해 뒤로 어물쩍 미뤄둔 '뜨거운 감자' 같은 현안이다.
부가세 인상은 기업들이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금 부담률을 낮추는 문제와 연계돼 있어 그렇다고 무작정 시간만 끌 수도 없다는 것이 사르코지 정부의 고민이다.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기업의 사회보장기여금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간접세인 부가세를 인상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에릭 베송 공공정책평가담당 차관이 중심이 돼 작성한 별도의 보고서를 검토하고, 각료회의에서 이 사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3일 전했다.
에릭 베송 보고서는 기업의 사회보장기여금 부담률을 낮추기 위해 부가세를 인상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물가인상을 부채질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물가인상의 폭이 예상보다는 제한적일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사회보장기여금 부담률 축소가 서비스 물가 등을 하락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기적인 부작용 보다 장기적인 순기능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결론이어서 사라크지 대통령의 결단을 앞당기는데 힘을 보탤 개연성이 크다.
이런 기류를 감지한 야당은 벌써 정부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며 반발할 태세다.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에서도 제동을 거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으로 입증된 아이디어를 채택해서는 안되며 지금은 이를 다시 거론할 때가 아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추진하는 2단계 경제개혁 방안의 주안점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이는데 맞춰져 있기 때문에 부가세 인상시 우려되는 구매력 저하와 상충한다.
또한 프랑스의 부가세율은 이미 유럽연합(EU) 기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부가세 인상을 단행하면 현재의 19.6%에서 5%포인트 가량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독일의 부가세는 올해 1월 3%포인트 인상하고도 현재 19%이다.
UMP소속의 하원 경제위원장인 파트릭 올리에는 "우리가 지난 총선에서 의석을 잃은 것은 부가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아무런 설명도 없이 부가세 인상방안을 발표하는 서투른 방식 때문이었다"고 신중한 정책결정을 당부했다.
부가세 인상 방안은 올해 총선 기간에도 논란이 됐다. 당시 장-루이 보를루 경제장관이 인상계획을 언급하는 바람에 UMP가 압승을 거두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보를루는 당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제장관에서 물러났었다.
한편,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자문관을 역임한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아탈리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모두 42명의 전문가가 참가한 이 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프랑스 개혁방안에 관한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