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孫鶴圭) 후보측 캠프 관계자가 5일 손 후보가 1위로 예비경선을 통과했다는 사실을 접한 뒤 밝힌 소감이다. '손학규식' 탈당실험이 일단 성공했다는 안도감의 표시이자 범여권의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 안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한나라당 내 대선 경쟁에서 이명박(李明博) 박근혜(朴槿惠) 후보에게 상당한 격차로 뒤지고 있던 손 후보가 지난 3월 탈당을 결행한 것은 탈당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정치실험이라는 측면에서 정당사적으로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손 후보는 이인제 의원이 지난 97년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와 끝까지 경합을 벌인 뒤 탈당, 독자출마했으나 결국 3위에 그치면서 '실패한 탈당실험'으로 귀결됐던 전례와 자주 비교대상에 올랐던 게 사실이다.
특히 손 후보는 탈당후 3개월 가량의 독자세력화 과정을 거쳐 지난 6월 범여권 합류를 선언했으나 신당 주자들의 집요한 정체성, 적자론 공세에 시달리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으로부터도 '보따리 장수'라는 비난까지 받았다는 점을 상기하면 예비경선 1위라는 결과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상호 캠프 대변인은 "한나라당을 개혁하겠다는 뜻을 이루지 못해 빈손으로 시베리아 벌판에 나왔고, 이후 신당 창당과정에서 손 후보가 보여준 결단과 헌신이 신당 지지층과 당원에게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캠프 소속 또다른 의원은 "이명박에 대항할 필승후보가 손 후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며 "한나라당 전력시비를 깨끗이 벗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후보의 예비경선 1위는 손 후보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지지부진한 범여권 상황이 빚어낸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참여정부의 국정지지율이 20%대에 머물 만큼 민심의 냉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정부와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은 열린우리당 출신 후보들이 바닥 지지율을 맴도는 특수한 사정, 즉 친노(親盧) 후보로는 승산이 없다는 비노(非盧).반노(反盧)정서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손 후보가 전체 주자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한 채 탈당 이전과 큰 차별성을 보이지 못한 것은 손 후보가 비노.반노라는 반사이익을 뛰어넘어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하는 필요성의 반증이라는 지적이다.
앞으로 손 후보가 본경선에서도 1위를 차지한다면 이명박 후보와 함께 한나라당 출신 후보끼리 대권을 다투는 진풍경을 연출하게 된다. 또한 서울시장 출신의 이 후보와 경기지사 출신의 손 후보가 대결하는 것은 '수도권 행정CEO간 승부'이라는 점에서 역대 대선에 없었던 새로운 선거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