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공공성과 윤리성이 특히 필요한 세무서비스가 회계서비스나 법률서비스와 같은 선상에 규정돼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세무서비스 개방단계에 따라 국내 법령개정이 필요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또 미국 세무법인이나 세무사가 국내에 들어와 세무서비스를 한다는 내용은 협정문에 포함됐지만, 한국 세무사나 세무법인이 미국에 진출한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미국 세무사 자격은 시험을 치러 되는 경우도 있지만 국세청에서 5년만 근무하면 자격증을 주는 경우도 있는 것을 감안, 국세청 5년 근무해서 받은 자격증을 한국 세무사와 동등하게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허용석 세제실장은 "한ㆍ미 FTA에 따른 세무서비스 시장개방은 세무대리, 세무조정 등이 모두 빠져 있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세무사회와의 협의를 통해 국내 세무사법을 유리하게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이날 토론자들의 주요 발언 요지.
□ 한국세무사회 FTA 대책연구위원회 박을술 위원장
= 한미 FTA로 농수산업은 취약하지만 세무사회는 잘 하면 경쟁력이 있다. 그렇다고 세무사회가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 개방을 하지 않았는데도 사실상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 업체는 7800여개나 된다. 포춘지에서 선정한 500개 세계 기업 중 한국에 진출한 기업은 260여개 정도가 있다.
개방과 상관없이 이미 한국에 나와 있는 외국인 세무회계가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삼일 회계법인은 파트너로 외국인 세무회계사를 두고 있다. 그 중 순수 한국 회계법인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한편 미국 세무사(EA)의 위상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미국세무사의 라이센스를 미국연방재무성에서 지급한다. 이틀동안 90분씩으로 총 360분의 시험을 치러 쉬운 시험이 아니다. 더구나 미 세무사법이 개정될 때 빌 클린턴이 전국 세무사계 임원들을 초청해 백악관에서 서명할 때 대동할 정도의 위상을 갖고 있다.
□ 한국세무사회 부설 한국조세연구소 김웅희 연구원
"외국 세무사가 우리나라 세무서비스 제대로 할지 의심"
= 세무서비스제도가 있는 나라는 5개국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협정문을 보면 회계서비스와 세무서비스를 같이 놓고 있다.
세무서비스는 국가와 납세자의 중간 역할을 하면서 국가의 재정수입과 납세자의 권익, 재산권 보호 등의 역할을 하는 공공재적인 성격이 있어 윤리성과 공공성이 강조된다.
특히 2단계 개방에서 미국 세무법인이나 세무사가 우리나라 세무법인에 출자할 때 50%의 미만의 출자를 하게 되어있는데 미국이 투자할 때 납세자의 권리, 국가의 원활한 세정 활동 등을 고려할 일이 없다.
그들의 투자 목적은 영리다. 또 협정문에 2단계 개방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 세무사가 세무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우리나라에 사무소를 한 개만 설치하도록 되어있는데 외국인들이 아예 사무소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 김완석 서울시립대학 세무학교수
"외국 세무사를 위한 별도 법률 만들어야"
= 외국 세무사는 국내 세무사와 차이가 있어 기존 국내 세무사법을 받아들이기는 문제가 있다. 그로 인해 가칭으로 '외국 세무 자문사법'이나 '외국 세무 상담사법'의 별도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좋겠다.
외국 세무사를 위한 법률이 제정되면 국내 세무사의 설치 기준, 명칭, 외국 세무사의 자격 승인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 국내 세무사법과 상충되는 문제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 함께 개정되어야 한다.
한편 세무서비스의 공공성 문제도 있다. 후속 입법을 통해 협정이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러 가지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성, 책임성, 전문성을 요구하는 세무서비스는 세무조정, 업무신고, 대리 업무 등에 제약을 둬야 한다.
아울러 한국 세무사가 미국에 진출하게 될 때의 규정이 하나도 없다. 언어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진출이 가능하다고 해도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 고준성 산업연구원 연구원
"세무 시장 개방해도 실질적인 영향력 없어"
= IMF 이후에 소비자가 직접 미국에 가서 상담을 받는 등의 국경간의 서비스가 이뤄져 (세무 시장을)개방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기 이전에 이미 개방되어 있었다.
(개방을 하게 되면) 이용자에게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고 세무법인의 경쟁으로 서비스의 향상 등이 장점이 있을 것이다. 공급자(세무사) 측에서도 정형화된 사건의 경우 비용이 내려가겠지만, 소송 과액이 크고 중요한 사건은 (이용자가)승소할 수 있는 법인에게 맡기기 때문에 수익률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다.
미국 법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세무 법인을 설치해도 론스타 등의 국제 조세와 관련된 것밖에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 우리 세무시장도 이런 사건을 다룰 수 있는 세무사 양성이 필요하다. 개방화시대에 고객 관점에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형화 쪽(종합병원)으로 가야하며, 이를 위해 법률적인 완화와 정부의 여건 마련 조성이 필요하다.
□ 허용석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외국 세무사 들어오지만 세무사 명칭 못 써"
= 1단계 협상에 따라 외국 세무사가 국내에 들어오게 되더라도 자기네 나라 국제 세법 등에 대해서만 서비스할 수 있고 국내 세법에 대해서는 자문만 할 수 있다.
세무조정이나 세무대리는 개방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국내 세무사와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법적 규제를 받게 될 것이다. 또 2011년까지(2단계 협상) 외국 세무사의 출자 지분을 (1인당) 10%미만으로 제한했고 우리나라 세무사에 출자도 (세무법인의 경우도) 50%이상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법이라도 우리나라 세무사의 영향력이 축소될 수 없다.
한편 외국 세무사가 들어오지만 세무사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 세무 상담사, 세무 자문사 등의 명칭을 사용하게 된다. 아울러 외국 세무사가 국내에 들어와서 자기네 나라 국제 세법 상담 등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연말에 시행령을 통해 정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