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반도체, LCD,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DM), 기술 등 모두 5개 분야 총괄이 있고, 이가운데 최근 겸직에서 벗어난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 이외에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과 박종우 DM총괄 사장이 산하 사업부장을 겸직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황창규 사장이 겸임해온 메모리사업부장 자리에 조수인 부사장을 앉혔고, 이에 대해 "다른 사업부장 겸직 총괄사장에게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삼성전자는 당시 각 분야 총괄사장이 겸하고 있는 사업부장직을 겸직 해제함으로써 총괄사장들은 3-5년의 중장기 전략에 전념토록 하고 후임 사업부장들은 전문성을 살려 사업별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함으로써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자는 취지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예컨대 반도체총괄의 경우 총괄 산하에 메모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가 있지만 총괄사장이 메모리사업부까지 이끌어오면서 그동안 업무 부담을 느껴왔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자는 배경에서 인사를 단행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삼성전자는 경영진단을 거쳐 이달 1일자로 단행한 정보통신총괄 조직, 인사개편에서 산하 무선사업부장까지 맡고 있는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에 대해 겸직해제 조치를 하지 않았다.
무선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를 양대 축으로 하는 정보통신총괄에서 최 사장은 무선사업부장을 함께 맡아오고 있다.
따라서 겸직해제 원칙에 따른 황창규 사장 인사와 같은 맥락이었다면 이번에 무선사업부장 후임 인선이 이뤄졌어야 자연스런 수순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와 함께 박종우 DM총괄 사장의 디지털프린팅사업부장 겸직도 아직 풀리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오히려 지난달에는 삼성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 사업부문장까지 책임지게 되면서 사실상 '1인 3역'의 모양새가 됐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겸직해제 원칙과 상당히 궤를 달리 하는 대목이다.
박 사장은 최근 유럽 최대 전자전시회인 IFA가 열린 독일 베를린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디지털프린팅사업부장 자리를 넘겨주고 싶지만 후임을 찾지 못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겸직을 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황창규 사장의 '때아닌' 사업부장 해임에 대한 시장 일각의 '과도한 해석'을 서둘러 진화하기 위해 '원칙아닌 원칙'을 내세웠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황 사장의 사업부장 해임 인사때 시장에서는 반도체 실적 악화에 따른 삼성 수뇌부의 황 사장 '경질' 내지는 '압박' 용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있게 나돌았고, 결국 이런 해석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겸직해제를 원칙으로 앞세웠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삼성전자의 겸직해제 원칙이 맞다면 삼성전자가 후임 인선에 애를 먹을 정도로 인재풀 운용에서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말들이 나온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9일 "최지성 사장 겸직해제는 이번에는 안됐지만 향후 그룹 차원의 정기인사때 있을 수 있고, 박종우 사장 겸직해제도 적합한 후임자만 있으면 가능하다"면서 재차 겸직해제가 기본원칙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삼성전자 측은 다만 "겸직해제가 기본원칙이기는 하지만 겸직이 그대로 유지되는 게 더 효율적이라면 또 그만큼 겸직이 오래갈 수도 있는 것"이라며 원칙의 유연성있는 적용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