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박씨와는 같이 상가를 임대하는 터라 부동산임대소득도 8000만원으로 같은데다, 연간 고정으로 들어오는 이자소득도 6000만원으로 같고 자녀도 모두 둘씩이어서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
그런데도 김씨의 마음이 심드렁한 이유는 4시간 가까이 산행을 하면서 똑같은 가족 수와 똑같은 소득이 있는 박씨가 자신보다 무려 353만원의 세금을 매년 '합법적으로' 덜 내고 있었던 사실을 알았기 때문.
김씨와 박씨 사이의 유일한 차이는 김씨는 부동산임대소득과 이자소득이 모두 김씨 명의의 소득으로 돼 있는 반면, 박씨는 이자소득 중 4000만원이 넘는 부분은 아내 명의의 예금통장에서 발생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
10일 국세청에 따르면 박씨의 경우는 박씨와 그의 아내의 이자소득부분은 부부가 각각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인 4000만원 이하이기 때문에 14%의 저율과세로 납세의무가 종료된다.
결국 박씨는 부동산임대소득 8000만원에 대해서만 종합소득세를 부담하면 되고, 적용되는 최고세율도 초과누진세율 구조에서의 26%다. 이에 따라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박씨가 부담할 세금은 모두 2376만원이라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반면 김씨의 경우는 이자소득 4000만원까지는 14%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그러나 4000만원을 초과하는 2000만원과 부동산임대소득 8000만원을 합친 1억원에 대해선 종합과세가 적용된다.
종합소득이 1억원인 김씨는 적용되는 최고세율도 35%다. 결국 김씨가 부담할 세금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2729만원에 이른다는 것이 국세청 계산이다.
이에 따라 배우자 명의의 예금통장 개설을 안한 대가로 김씨는 박씨보다 353만원의 무거운 세금을 부담해야 했던 것.
이와 관련 국세청은 "전에는 부부의 이자소득 합계액이 4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금액을 소득이 많은 자에게 합산하여 과세했기 때문에 세금측면에서 실익이 없었다"며 "지금은 각자의 소득에 대해 별도로 세금을 계산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부부의 예금이 분산돼 있으면 분리과세 혜택과 함께 낮은 초과누진세율이 적용되므로 자연히 세금도 줄어들게 된다는 것.
국세청은 그러나 "남편 명의의 예금을 아내 명의로 변경할 때 그 금액이 3억원을 초과하면 증여세 문제가 발생하므로 이를 고려해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