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세무사·회계사 등 전문가 임용 개방해야"
"국세청 독립성 확보-감독·감시체계 강화필요"
'국세청법' 도입 논의가 한창이다. 현재 관련 입법안이(한나라당 엄호성 의원 대표발의)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출된 상태이며 이번 정기국회 회기 중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엄 의원이 제출한 국세청법의 주요 내용은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 ▲국세공무원 고위공무원단 적용 배제 ▲국세공무원 '특정직 전환' 및 '보수체계' 조정 등이다.
현재로서는 '정답'이 없다.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됐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세청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EITC시행, 4대보험 통합징수), 국세청이 선거를 앞두고 정치 스캔들에 휘말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 등을 비춰볼 때 별도 법률을 만들어 국세청을 운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는 양상이다.
본격적인 국회 논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11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김호성 전문위원이 국세청법 입법가능성을 검토한 보고서를 작성해 내놓았다. 국회 입법논의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떤 내용을 담아냈는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다.
□ 청장 임기제, '찬성'-임용자격 제한, '반대'=국세청법의 핵심 중 핵심은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2년 단임)이다. 이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김 전문위원은 임기제 도입에는 기본적으로 찬성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국세청장 임기를 보장, 국세청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갖게 되어 직무수행상 정치적 중립성을 제고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검찰·경찰총장(2년, 단임),감사원장(4년, 1차 중임), 중앙인사위원장(3년, 1차 연임), 공정거래위원장(3년, 1차 연임), 금융감독위원장(3년, 1차 연임)등 행정기관 장은 적정한 임기를 보장받고 있다.
그는 "임기제를 도입한다면 2년 또는 3년 단임이 적합할 것"이라며 "연임이 허용된다면 임기말에 연임을 위해 임명권자나 정치권력과의 관계를 의식, 중립성을 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임기제 도입이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국세청장 임기제가 정치적 중립성 보장의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이 되기는 어렵다"며 "실제로 2년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도 지금까지 13명의 총장 중 4명만이 임기를 채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임기가 보장된 국세청장이라도 정치권력과의 친분관계나 퇴임 후의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중립성에 어긋난 행위를 하려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하고 임기제 도입을 하더라도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세청장을 국세청 소속 '정무직 공무원'에서 임용한다는 자격제한과 관련해 김 전문위원은 "공무원 내부 관려조직에 대한 민주적 통제원리상 정무직 직위는 조직 외부출신이나 민간인에게도 개방되어야 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 국세공무원 '특정직' 전환, 고공단 배제는 '부정적'=국세공무원들을 외무공무원이나 경찰공무원, 검사 등과 같이 '특정직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김 전문위원이 내세운 논리는 기타 유사업무를 하는 공무원들과의 '형평성'문제. 그는 "국세공무원을 특정직공무원으로 전환하면 임용·보수·신분보장 등을 달리 정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세공무원을 특정직으로 전환하게 된다면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관세공무원(약 4400명)▲지방세공무원(약 9100명) 등과의 형평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문위원은 "이와 함께 재정경제부 세제실, 국세심판원 근무자의 포함여부 등 인사·조직법상 체계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위공무원단 적용 배제와 관련해 그는 "고공단의 도입취지는 계급적 연공서열을 탈피, 직무중심의 성과관리 인사제도를 정착하기 위한 것으로 행정부처 전체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며 "특정직인 외무공무원 및 감사공무원도 고공단 제도를 적용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의 측면에서 볼 때 오히려 직위를 개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김 전문위원의 지적. 그는 "교수, 세무사, 회계사 등 민간전문가 등이 국세청 고위공무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 국세청의 전문성과 중립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보수 올리려면, 엄격한 부정부패 차단 장치 설정해야=국세공무원 보수체계 현실화와 관련해 김 전문위원은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되는 업무를 담당하는 세무공무원의 낮은 보수는 세무비리의 한 원인이 된다"며 예방차원의 보수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보수현실화에 맞춰 강도 높은 비리 사후징계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별도의 급여체계를 통해 보수현실화가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부정부패 발생에 대한 사전·사후조치로 일반직보다 더 엄격한 공직윤리와 징계처분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세청법 도입을 통해 국세청의 독립성이 강화된 만큼 민·관의 감독·감시기능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문위원은 "현재 국세청에 대한 감독은 국회(국정감사), 재경부(세법 및 국세심판), 감사원(회계 및 일반감사), 국무조정실(성과감독) 및 시민단체 등 민간영역에서 제한적으로 감시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국세청장 임기제 등을 채택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국세행정을 별도로 감독하는 감독위원회를 설치·운용하고 있다.
김 전문위원은 "청장임기제 도입 등 국세청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경우 국회·감사원·재경부 등의 감독기능과 시민단체 등 민간 감시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감독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