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의 퇴직직원단체인 '도성회'가 지난 1999년 도공(道公)의 사내복지기금으로 주식에 편법투자해 약5개월 동안 62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거둔 것과 관련, 이 차익은 도성회가 아니라 한국도로공사에 귀속시켜 과세해야 한다는 감사원의 심사결정이 내려졌다.
국세청은 도공과 도성회 사이에 명의신탁계약 등을 체결한 사실이 없는 것에 착안해 317억1673만원의 법인세를 도성회에 부과했지만, 감사원은 당사자 사이의 의사합치로 성립되는 명의신탁계약은 꼭 명시적이 아니라도 묵시적으로 성립될 수 있는 것이라고 봤다.
감사원의 이번 결정으로 당시 결손상태였던 도공은 주식매매차익 620억원을 수익으로 처리하더라도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620억 주식매매차익에 대한 과세의 길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감사원은 17일 "사단법인 도성회가 '자금능력이 전혀 없이 한국도로공사가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변칙적으로 증대시키기 위해 협조요청을 해와 주식거래 명의자가 됐을 뿐인데, 국세청이 법인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심사청구를 심리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999년 7월 28일 공사가 대주주로 돼 있는 드림라인주식회사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 및 소유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며 주식거래에 나섰다.
같은 해 12월 도공은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마련한 234억8437만5000원을 도성회에 빌려주는 형식으로 도성회 명의로 드림라인의 신주인수권증권 93만7500주를 주당 1만3050원에 매입했다.
이후 드림라인이 코스닥에 등록돼 주식값이 크게 오르자 관련주식 전체를 제일제당주식회사에 862억5000만원(주당 9만2000원)에 매각, 차입금과 지급이자를 합쳐 238억6616만원을 갚고도 616억8540만원의 매매차익을 올리게 했던 것.
감사원은 특히 "당시 도성회 내부문서(도성99-12-06, 1999.12.22)에서는 도성회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면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우려가 있어, 증여세 부과처분에 대비해 사내근로복지기금 명의의 지불각서를 받아 놓는 등의 대비책이 마련돼 있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당시 도공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해 도공이 사내근로복지기금의 대여대상이 아닌 도성회에 235억여 원을 불법 대여하고, 도성회를 설득해 그 자금으로 신주인수권증권과 주식을 편법으로 인수·처분해 얻은 616억여 원을 수익으로 처리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따라 도성회는 관련 수익을 공사의 수익으로 돌려 이를 뺀 수익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냈으며, 이를 받은 도공도 2001년 3월 2000년도 법인세 신고 때 익금산입 방법을 통해 법인세(결손인 도공은 관련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음)를 신고했다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국세청은 2002년 10월에 벌인 세무조사과정에서 도성회가 관련 매매차익을 관리하고 있다가 감사원의 통보내용이 나온 이후에야 수익을 도공에 귀속시킨 것에 주목, 매매차익의 실질귀속자를 도성회로 봐 법인세 317억1673만원(가산세 141억원 포함)을 부과했다.
도성회가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나타났듯이 주식거래는 도공이 주도하고 도성회는 단지 명의만을 대여했다"고 과세전적부심사로 주장했지만, 국세청은 계속 과세를 고집했던 것.
국세청의 논리는 ▲도공과 도성회가 명의신탁계약을 체결하거나 이사회 등의 의사결정기관에서 명의신탁을 결정한 사실이 없으며, ▲도공이 주식 취득자금을 부담하거나 도성회의 취득자금 차입에 대한 담보나 지급보증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것.
또 감사원 처분결과에 대해선 "감사원은 매매차익의 실질귀속자를 도공으로 봤기 때문이 아니라 도공이 취득할 수 있었던 주식을 도성회가 취득하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부투자기관인 도공에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한 부적절한(배임) 행위로 본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심사결정(2007년 감심 제91호)에서 "과세의 대상이 되는 수익·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는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특히 "명의신탁은 당사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에 의하여 성립되는 계약이라서 계약은 명시적으로는 물론 묵시적으로도 성립될 수 있다"며 "도성회와 도공사이엔 정황으로 봐 묵시적으로는 명의신탁계약이 이루어졌다 할 것"이라고 봤다.
감사원은 또 "국세청이 감사원 통보내용에 대해 '감사원은 도공을 주식 매매차익의 실질귀속자로 본 것이 아니라 쟁점주식을 도성회가 취득하도록 함으로써 도공에 손해를 끼친데 대한 배임행위로 보았다'고 해석한 것은 국세청이 임의판단"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의 뜻을 국세청이 임의로 판단한 뒤 관할세무서에 주식 매매차익의 실질귀속자를 도성회로 봐 법인세를 과세하도록 한 것은 잘못이기 때문에, 법인세 부과액을 전액 취소시키라는 것이 감사원의 결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