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심판원 "국세청 과세자료 들쭉날쭉, 부과처분 취소" 결정
지난해 국세청이 실시한 음료업계에 대한 대규모 세무조사에서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으로 적발된 업체와 거래했다는 이유만으로 도매상의 정상적인 거래를 무자료 거래로 의심해 관련 부가가치세를 추가로 과세했다가 세금을 되돌려주는 일이 발생했다.
알고 보니 국세청으로부터 적발된 업체는 영업사원들의 잦은 이직과 세무지식 부족 등으로 인해 도매상과의 거래장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으며, 국세청은 이 장부만 믿고 과세했다가 애꿎은 납세자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국세심판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초 동아오츠카에 대한 유통과정추적조사를 통해 20여억원의 무자료 매출사실을 적발했으며, 이 회사와 거래한 A도매상에게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8500여만원의 무자료 거래를 했다고 보고 2000여만원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대학교 내 자판기에 음료를 공급하는 A도매상은 국세청이 실지조사도 하지 않고 동아오츠카 측의 자료만을 근거로 무자료 거래라고 판단, 매입액을 매출이익율로 환산해 부가세를 과세한 것은 부당하다며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특히 A도매상은 매년 동아오츠카와 3% 정도밖에 거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2005년 1기 부가세 관련 국세청 과세자료에는 갑자기 35.2%에 해당하는 7200여만원을 무자료로 거래했다고 나와있는 등 부실한 과세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A도매상이 거래내용확인서와 세금계산서 등을 제출했지만 그 외에는 객관적 증빙이 없어 실제 지급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며 "무자료로 매입한 것으로 매출이익율로 환산해 과세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맞섰다.
그러나 동아오츠카 측에서 국세청 조사 당시 영업사원의 세무지식 부족 및 잦은 이직으로 인해 원장관리오류로 발생한 사실을 시인하고, 지난 2004년 1기부터 2005년 2기까지 1200여만원을 거래했다고 확인함으로써 A도매상은 억울한 과세로부터 구제 받을 수 있게 됐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국세청 과세자료에는 A도매상이 매입한 금액이 일정치 않은 부분이 있고 매출품목 구성상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무자료 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A도매상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세청의 과세처분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심판원은 "국세청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산출근거나 증빙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A도매상에 대한 소명여부나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단지 동아오츠카의 전산자료를 토대로 과세한 처분은 근거과세 원칙에 부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롯데칠성, 해태제과, 빙그레, 오리온, 한국코카콜라보틀링, 해태음료, 롯데삼강, 동아오츠카, 기린 등 9개 업체와 461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식품회사와 도매상 간 무자료거래 여부를 조사했다.
이들 음료업체는 국세청 조사결과 4년간 총 8000억원에 달하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