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은행(IB)이 선진 IB에 비해 크게 낙후돼 있어 국내 자본시장이 성장하더라도 정작 시장을 외국계 금융기관이 지배하는 윔블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 3대 증권사의 총자산규모가 글로벌 3대 IB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한데다, 사업구조도 단순한 주식 중개업무 위주여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9일 '국내 투자은행의 당면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IB는 선진IB에 비해 크게 낙후돼 있다"면서 "국내 3대 증권사의 총자산 규모는 글로벌 3대 투자은행의 100분의 1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해 투자은행업 경쟁력의 원천인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국내 증권사들은 단순한 주식 중개업무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트레이딩, 자기자본투자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선진IB와는 사업구조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역량 면에서도 국내IB는 금융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상품경쟁력과 리스크관리 능력, 해외진출 능력 등이 선진 IB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고 연구소는 평가했다.
연구소는 현재 국내IB의 사업구조, 규모, 내부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선진IB와 경쟁할 수 있는 국내 대형 IB의 출현이 쉽지 않아 국내 투자은행업 시장에 대한 선진IB의 지배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자본시장은 성장하지만 정작 시장을 외국계금융기관이 지배하는 '윔블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윔블던 효과란 영국에서 개최되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거의 매번 외국인 선수가 우승하는 것에 빗대어 국내 시장을 외국계 회사가 대부분 점유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연구소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이후 국내 대형IB 육성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우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고 금융사는 시장과 경쟁력 분석을 통해 차별화된 성장전략을 재정립하는 한편, 증권사는 대형IB나 특화형IB 중 어느 방향으로 갈 지 선택하고 은행과 보험사는 시너지가 가능한 방향으로 IB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인수.합병 절차 간소화 등 업계의 인수합병(M&A) 활성화 유인책을 마련해 대형IB의 출현을 촉진하고 국내 IB가 다양한 사업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정부관련 사업의 참여기회를 늘리는 한편 해외사업 관련 정보와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연구소는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