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체납세금 징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악성' 체납자들은 요리 조리 국세청의 눈을 피해 재산을 숨겨놓고 체납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물론 이들이 재산을 꽁꽁 숨겨놓지는 못한 모양이다. 26일 국세청은 이들 455명의 체납자들이 숨긴 재산을 추적조사해 1441억원의 세금을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구돈회 국세청 징세과장은 "지난 2004년 2273억원, 2005년 2666억원, 2006년 2720억원 등 매년 체납처분 회피자 추적조사를 통해 체납세금을 징수해 오고 있다"며 "올 상반기에도 전년에 비해 520억원 증가한 1441억원의 체납세금을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 455명의 체납자들은 체납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허위 근저당 설정 등 방법을 동원해 재산 은닉을 시도했다. 구 과장은 "추적전담팀을 동원해 고의적 체납처분 회피자의 은닉재산을 철저히 파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재산 어디 있을까요∼?" 허위 근저당 게임장 업주 '덜미'
한때 '광풍'을 몰고 왔던 사행성게임장을 운영한 A씨. 국세청은 A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득탈루 등 총 53억원의 세금을 탈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고지된 금액을 체납했고 체납처분을 피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받는 와중에 소유한 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B씨에게 근저당권을 설정, 등기해 놓는 '치밀함'을 보였다.
국세청은 A씨가 허위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놨다는 혐의를 두고 친인척 관계, 동향 선·후배, 종업원 등을 상대로 확인했지만 도통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A씨의 근저당권 설정이 허위였다는 사실은 금새 발각이 됐다.
국세청은 사업장 주변에서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해 주는 상품권매매업자와 근저당권자 B씨와 부부관계인 사실을 확인,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B씨를 피고로 근저당권 말소를 구하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 세금회피 위해 사업장 양도하고 '폐업신고'…알고 보니 '한가족'
음식업자 A씨는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16억여원의 세금을 부과 받았다.
A씨는 세금을 체납하고 체납처분을 피하기 위해 운영하던 음식점을 (주)B에 양도하고 본인의 사업자 등록은 폐업 신고했다. 그러나 국세청 추적결과 세금회피를 위한 '위장양도'인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이 (주)B의 사업자등록신청서를 검토한 결과 A씨가 100%출자한 법인이었으나 C와 D에게 출자지분 모두를 양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C와 D의 호적등본을 뒤져보니 C는 A의 전남편 아들이고 D는 친동생의 배우자로, 모두 '한가족'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C는 외국유학 중이어서 양도계약서 작성시 국내에 있지도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에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체납자 A씨에 대한 출국규제와 체납범 고발을 통지했다. 현재 A씨는 현금 3억4500만원을 내고 나머지 체납액은 나눠서 내고 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 사라진 '돈'…아들명의 통장에 숨어있네∼
최근 주택을 매매한 1세대3주택자 A씨는 양도소득세 3억3600만원을 체납했다. 그러나 부동산 양도대금이 A씨의 계좌에 한 푼도 없는 것이 확인됐다. 말 그대로 엄청난 돈의 신기루처럼 사라진 것이다.
국세청이 추적해 본 결과 이 돈은 아들명의의 통장에 몰래 숨겨져 있었다. 양도대금 중 일부가 자기앞수표로 출금된 단서를 잡고 수표를 금융추적한 결과 밝혀진 사실이다.
국세청은 A씨의 아들에게 일련의 조사를 통해 파악된 사실과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통해 징수될 것이라는 것을 사전예고하자 이들은 즉시 체납세금을 현금으로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