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인구 5천600만명 가운데 4분의 1이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버틴 가운데 지난 8월15일 군정의 난데없는 유가 인상 발표는 가난에 찌들대로 찌든 국민들로 하여금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촉발시키기에 이르렀다.
지난 1988년 민주화 항쟁도 군정이 갑자기 유가를 인상하고 차트화의 유통을 폐지함으로써 국민들의 저축을 하루아침에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던 상황에서 일어났었다.
미얀마 경제 관련 저서를 공동 저술한 호주 맥쿼리 대학의 션 터넬 교수는 "중산층 국민들이 생계를 위해 소지품을 팔아치우고 있으며 유가 상승으로 인해 턱없이 오른 버스 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일터에 못 나가고 있다"며 절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언론이 뭐라고 말하더라도 1988년 민주화 봉기의 진짜 이유는 국민들이 민주주의에 목말랐기 때문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의 질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88년 민주화 항쟁이 실패로 돌아간 뒤에도 미얀마의 생활비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으나 경제 파탄의 결정적인 고비는 지난해 발생한 물가 폭등에 있다.
지난해 1.7㎏에 3천차트 하던 닭고기값이 한해만에 5천500차트로, 야자유는 1.7kg당 1천250차트에서 2천300차트로 2배 가깝게 오르면서 깨끗한 물과 전기 등은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사치품이 됐다.
정부 재정의 적자상황이 심화하면서 군정은 회계연도 2001∼2002년부터 예산계획조차 공개하지 않았고, 2005년 11월 군정이 양곤에서 네피도로 수도를 이전함에 따라 소요된 3억달러는 국가 재정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다.
군정은 예산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전면적인 세금 인상을 단행했고 이는 중소기업들의 몰락을 초래했다.
수십년에 걸친 미국과 영국의 경제제재 역시 미얀마 경제 파탄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정부의 실정보다도 서방의 경제제재가 미얀마 국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고 지적했다. 태평양자산전략연구소의 탐 그린 이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 제재는 군사정권에 맞설 수 있는 계층을 파괴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