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민 등에게 공급되는 면세유의 부정한 유통 및 사용에 따른 세금누수는 과세당국이 좀처럼 해결하지 못한 골칫덩이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도 감사원과 국세청은 면세유 부정유통사범 96명을 적발, 탈루된 세금 32억원을 추징했습니다.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계와 어업용선박 및 어업용시설, 기계톱 등 임업용 기계 등 100여종에 달하는 면세유공급대상을 통해 농어민들에게 지원되는 연간 조세지원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2조원 규모.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에서 명백하게 벌어지고 있는 면세유 부정유통 실태를 감안할 때 이 같은 조세감면규모는 '거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정유통으로 인한 '세금누수분'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면세유 제도는 도시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어민들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반드시 필요한 제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만 당국의 관리감독 허점을 노린 탈세시도들로 인해 제도의 취지가 상당히 퇴색된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농어민들의 사정은 십분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법을 위반한 사례까지 이해해 달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입니다. 면세유를 부정으로 공급받은 한 어민이 제기한 국세심판청구가 기각결정을 받은 것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너무도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 "생계가 어려워서…면세유 부정공급 받았다?"
배 2척을 소유한 어민 A씨는 지난 2003년 9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총 619회에 걸쳐 면세율 6만1900리터를 공급받아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A씨가 공급받은 면세유는 부정한 것이었습니다. 감독당국에 의해 적발되었습니다. A씨가 면세유를 부정공급 받은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A씨가 소유한 배 2척 중 1척은 고기잡이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배였음에도 불구 이를 김양식 관리선으로 지정받을 경우 '어선입출항신고서' 등 별도 증빙이 없어도 면세유공급카드만 제시하면 면세유를 공급해 주고 있다는 허점을 노렸던 것입니다.
이 방법으로 3년 가까이 6만1900리터의 면세유를 공급받아 고기잡이용 배에 넣어 사용했던 것이지요. 감독당국은 이에 따라 지난 3월 A씨에게 교통세 및 부가가치세 등 감면해 줬던 세금 5100여만원을 추가고지했습니다.
A씨는 이에 불복, 자신의 억울함을 담은 국세심판청구를 국세심판원에 제기했습니다. A씨는 "16세때부터 어업에 종사했고 최근 어획량이 줄어 먼 바다에서 고기를 잡을 수 밖에 없어 추가적인 면세유가 필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이어 "김양식은 하지 않았지만 조업용 면세유가 부족해 편법으로 면세유를 공급 받아 생계수단으로 사용한 것인데 감면세액 등을 추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습니다.
□ 심판원, "편법은 편법…용인할 수 없다"
A씨의 호소에도 국세청은 단호했습니다. "어업용 면세유류를 부정하게 받아 사용한 경우 현행 법에 따라 감면세액을 추징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었고 국세심판원은 이 입장을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A씨가 편법을 동원해 수협중앙회로부터 6만1900리터, 시가 7600여만원 상당의 면세유률 편취한 사실이 법원 판결문 등을 통해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A씨는 부정공급 받았지만 면세유는 어업용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당국에 허위신고해 면세유로 공급받을 자격이 없는데도 불법적으로 면세유를 공급받은 경우이기 때문에 처분청이 교통세 등 세금을 추징한 것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07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면세유 부정유통을 막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를 신설하는 등 안감힘을 쓰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여러 가지 대책들이 시장에서 과연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이로 인해 면세유 부정유통 사례가 척결될지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