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1일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콜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콜금리 인상 기조는 일단락되고 내년 이후까지 동결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미국이 연방기금 금리와 재할인율을 0.50%포인트 인하한 직후인 지난달 19일 이후 이달 1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0년만에 최저수준인 913.70원까지 떨어졌다.
환율은 지난 2일 7거래일만에 상승 반전했지만 전날에 비해 0.20원 오르는 데 그쳐 913원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금리 급등과 환율 하락으로 이중고에 처한 수출업계가 금융당국에 환율 안정과 함께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금통위의 콜금리 결정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무역협회는 지난 2일 긴급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통상적인 시책으로 환율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환율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까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창무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환율시장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은 환율조작국의 오명을 쓸 수 있어 어렵겠지만 금리인하와 같은 대책은 적극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가도 금융.실물시장이 어려움에 직면하자 즉각 금리인하 기조로 돌아섰는데 우리 금융당국은 무슨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폭적인 금리인하와 환율 하락세 등의 영향으로 이달 콜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면서 달러화 약세가 심화되면 콜금리 동결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콜금리 인상에 따른 외환시장내 원화 절상 기대감 확산으로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질 경우 수출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성권 연구원은 "미 연방기금 금리가 내년 1.4분기까지 0.5%포인트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주요국의 금리 동결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콜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동결될 것"이라며 "국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는 점도 금리 동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신동석 연구원도 "경기 호황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어 환율 한가지 요인만으로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렵겠지만 인상 시기가 지연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연내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산업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금통위가 콜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콜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환율 상승을 이끌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콜금리가 인하되면 국내 채권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상대적 고금리 국가로 이탈할 수 있지만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낮아 콜금리와 환율간 상관관계가 밀접하지 않은 편이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고조될 수 있는 데다 연말 대선을 전후해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릴 수 있는 점도 콜금리 인하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양진모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책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밀려 들어오는 외자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경기가 확연하게 꺾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연내 콜금리 인하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올해말이나 내년 초쯤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도 "고유가 장기화와 중국 인플레이션의 국내 파급 우려로 인해 내년 상반기까지 콜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