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만들다가 휴직→로펌행→복귀(?)

재경부 공무원 5명 휴직‥로펌 등 민간기업 근무중
정부 "발전적 기법 습득, 조직·개인 발전 위해 필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들이 민간근무 휴직제도를 이용해 국내 굴지의 기업인 SK텔레콤 등에 근무하면서 연봉을 과다하게 받는다는 지적으로 논란이 된 가운데, 재정경제부 공무원들도 이 제도를 이용해 로펌(법무법인) 등에 적지 않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로펌은 자문료·수수료 등을 받으면서 기업등에게 종합적 법률서비스를 하는 곳으로 재경부 업무와 관련성이 적지 않은 곳이어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8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현재 재경부 공무원 5명이 민간근무 휴직제를 통해 로펌 등 민간기업에 진출해 있다.

이 가운데 재경부 세제실 조세정책과에서 근무하던 김 모 세무주사는 지난 2005년 1월부터 내년 1월까지 3년간 민간근무를 위해 고용휴직을 내고, 현재 법무법인 율촌에서 세무사로 재직중이며 조세·회계·세무서비스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비스경제과에서 근무하던 한 모 서기관은 지난해 7월부터 신영증권에, 정책조정총괄과의 이 모 서기관은 올해 2월부터 KorEI(코리안엔터프라이즈인스티튜트), 감사담당관실의 박 모 사무관은 지난 1월부터 한성기업에서 휴직 민간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국제금융과에서 근무하던 임 모 서기관은 지난 7월부터 한국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코너스톤에퀴티파트너스에서 투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김 모 서기관은 휴직 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다가 복귀해 현재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오 모 서기관은 율촌에서 근무하다가 퇴직 후 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성 모, 홍 모 서기관은 고용휴직 후 KorEI에서 공무원 재직 당시 보수의 두 배가 넘는 1억원의 연봉을 받으면서 일하다가 현재는 해외파견 및 금감위에서 근무중이다.

민간근무 휴직제도는 정부 공무원이 2~3년간 휴직하고 민간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민간 부문의 경영기법과 업무수행 방법을 습득해 공무수행의 질을 높이려는 취지로 지난 2002년 도입됐다.

정부는 기업이 공무원 인력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해 올 경우, 공고를 통해 희망자를 모집한 후 민간휴직심사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고용휴직 대상자를 선발하게 되며, 이들의 급여는 기업이 휴직자와의 별도 연봉계약을 통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올 들어 4명의 공무원이 고용휴직을 내고 SK텔레콤, KT&G 등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신학용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공정위 직원들이 휴직 기간 중 법무법인이나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성과급 등의 명목으로 공무원 재직 당시 받던 보수의 2∼5배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기업의 부당행위를 조사해 적발해야 할 공정위 직원들이 휴직기간 대기업에 근무하는 것은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도 "공무원이 민간근무를 통해 과다한 연봉을 받게 되면 공직사회의 위화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특히 휴직자가 담당업무와 관련된 기업에 휴직할 경우 업무상 유착 및 로비창구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업무유착 가능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보수의 적정 기준을 마련하는 등 민간근무휴직제의 개선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이 민간의 발전적 기법을 배워서 업무에 접목하는 방식의 민간근무휴직제는 공무원 조직 전체나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며 "최근에는 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선발을 통해 업무연관성이 없는 경우에만 허락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