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납세조합 전국175개, 예산16억 지원

최근 마장동 우시장 납세조합 대규모 탈세사건…검찰 수사

마장동 일대에서 영세상인들을 상대로 군림해 온 이 조합장은 소위 '마장동 대통령'으로까지 불리며 대규모 탈세를 주도해 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문제가 된 조합장이 활동한 서울시 식육부산물납세조합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62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거대 납세조합으로 국세청으로부터 일정한 액수의 '납세조합법정교부금'까지 수령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국세청이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까지 지급해가며, 납세조합의 탈세를 측면에서 '지원'한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 '납세조합'은 어떤 단체인가? =납세조합이란 현행 소득세법에 따라 외국기관 및 외국법인으로부터 급여를 받는 을종 근로자 및 농·축·수산물판매업자 등 영세사업자가 납세조합을 조직해 자체적으로 소득세를 징수해 대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 '납세조합법정교부금 지급제도'에 따라 조합원들의 소득세를 징수, 대납한 경우 소득세 징수세액의 2∼10% 범위내에서 교부금(예산)을 지급하고 있다.

8일 국세청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6년말 기준 전국 납세조합은 총 175개, 조합원수 3만168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을근조합은 18개(조합원수 9088명), 기타 사업조합은 157개(조합원수 2만2592명)이다.

특히 기타 사업조합 중에서도 식육관련 납세조합의 수가 가장 많으며(96개, 조합원수 1만5226명) 최근 문제가 됐던 서울시 식육부산물납세조합은 기타 납세조합에 속해 있다.

2008년 국세청 예산안에 따르면 국세청은 내년도 납세조합법정교부금 예산으로 16억6800만원을 책정했다. 올해 예산에 비해 23.6%(3억1800만원) 증가한 규모다.

□ 납세조합 '실익'은 있나? =최근 '마장동 우(牛)시장' 사건을 기화로 납세조합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납세조합들이 자발적 납세풍토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일부 '미꾸라지' 납세조합들이 감독당국의 눈을 피해 허위매출전표 발행, 납세조합 공제액 횡령 등 탈세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눈총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재경위는 "일부 납세조합이 탈세를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납세조합 및 교부금 지급의 효율성 문제도 지적됐다.

현재 납세조합들은 교부금 외에 별도로 10%의 '납세조합공제'라는 혜택이 적용되고 있는데 납세조합의 징세비용 자체가 100원당 4.79원(2006년 기준)으로 내국세 징세비(0.79원-2006년 기준)에 비해 현저히 높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

게다가 기타 사업자 조합이 징수한 소득세액은 2004년 101억1000만원, 2005년 97억2000만원, 2006년 101억1400만원 등 전체 (납세조합)징수금액의 30.2%에 불과(대부분 을근조합에서 징수)하다는 점도 납세조합의 실익에 대한 근본적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재경위는 "문제가 된 기타 사업자 조합의 징수금액은 지난해 101억1400만원으로 전체 334억3900만원의 30.2%에 불과함에도 법정교부금 지급액은 7억6400만원으로 전체 지급액의 48.2%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정교부금 지급의 비효율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경위는 "을근조합을 제외한 기타 사업자조합의 납세조합교부금 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 궁극적으로는 과세당국의 직접적인 징수권 안으로 수렴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국세청, '납세조합' 운영실태점검 =한편 국세청은 전국 납세자조합 운영과 관련한 실태파악 작업을 진행했으며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또한 '마장동 우시장'사건이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9월28일부터 전국 일선세무서 산하 납세조합을 대상으로 운영실태 점검조사를 실시, 최근(10월5일) 점검활동을 마무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납세조합 운영과 관련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후속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법상 조세행정에 지장이 있는 행위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관할 지방국세청장이 해당 납세조합의 해산을 명령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