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그 보험 영수증 챙겼어. 그리고 택시타고 병원에 가서 치료비 영수증도 받아와." 불과 2005년까지만 해도 연말이면 근로소득자(봉급생활자)들에게는 어김없이 나타났던 아주 익숙한 풍경이었다.
연말만 되면 봉급생활자들은 연말정산이라는 것 때문에 한해동안 지출한 비용 등에 대한 영수증을 챙기느라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곤 했다. 봉급쟁이들에겐 연말에 목돈이 될 수도 있는 연말정산환급액은 1년동안 지출한 비용에 대한 영수증을 얼마만큼 꼼꼼하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었다.
1원 한푼 에누리 없이 꼬박꼬박 매월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 당하는 봉급쟁이들에겐 사실 이런 영수증 챙기기는 것은 세금 외에 드는 또 하나의 ‘세무협력 품값'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영업자들이 세금을 많이 빼먹는다는 측면과 비교하면 봉급쟁이들에게 있어 징세당국은 참으로 매몰찬 측면이 있었다.
그랬던 징세당국인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라는 것을 만들어 인터넷에 접속하면 국세청이 직접 수집한 영수증 자료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게 했다. 이로인해 근로자들이 연말정산용 영수증 수집에 드는 비용이 연간 무려 5000억원, 그리고 영수증 발송비용도 연간 385억원이나 절감되었다고 한다.
또한 부당소득공제를 차단하는데도 효과를 발휘해 연간 1200억원의 세수증대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제도도 처음엔 쉽지 않았다. 이미 알려진대로 의료기관들의 거센 반발도 있었고, 금융기관 및 학교 등은 협조에 미온적이었다.
국세청이 이 제도에 대해 한국리서치에 설문조사를 의뢰했더니 90.1%가 만족하고, 95.9%가 이 시스템을 다시 이용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럴만도 한 것이 사실 연말만 되면 영수증 한 장 더 챙기기 위해 너나 없이 얼마나 부산을 떨었던가.
국세청은 이 시스템을 1200만 근로자들의 사랑을 받는 국세청의 새 명품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봉급쟁이 입장에서 오랜만에 세정당국으로부터 받아본 서비스다운 서비스에 늦게나마 고마움을 표현한다.
이 시스템은 10일부터 열리는 정부혁신 우수사례 발표대회에 참가했다고 한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