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일률적 지표인 '1인당 세부담'이란 표현은 수치를 왜곡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언론 등에서도 표현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밝혀왔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지난달 한 브리핑에서 "과세자의 절반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히 인구만 갖고 세금을 나눈다면 모든 사람들의 세금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1인당 세부담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실시되고 있는 국정감사에서 재경부는 '연도별 종합소득세 1인당 부담액'을 계산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재경부가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귀속분 1인당 종합소득세 부담액은 170만원이며, 2006년 귀속분 현황은 현재 집계중이라고 나와 있다.
종소세 1인당 세부담은 결정세액을 확정신고대상자 수로 나눠 계산됐으며 ▲2000년 138만원 ▲2001년 145만원 ▲2002년 138만원 ▲2003년 149만원 ▲2004년 159만원 등 연도별 부담액 현황까지 공개됐다.
1인당 세부담 현황을 공식 발표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
뿐만 아니라 재경부는 1인당 세부담을 계산할 때 과세대상자의 절반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혀왔으나, 이번 제출자료에는 면세자의 수를 그대로 포함시켰다.
재경부의 당초 입장대로 과세대상자 중 절반에 이르는 면세자 수를 빼고, 실제 세금을 내는 납세자만을 대상으로 1인당 세부담을 계산하면, 액수는 큰 폭으로 늘어난다.
지난 2005년의 경우 종소세 결정세액 7조4372억원에서 전체 납세의무자(437만명)으로 나누면 재경부의 말처럼 170만원의 세부담이 계산되지만, 면세자를 제외한 실제 납세자(241만5000명)로 계산하면 무려 308만원의 부담액이 나온다.
또한 같은 방식으로 면세자를 제외하고 실제 납세자의 1인당 종소세 부담을 계산하면 ▲2000년 294만원 ▲2001년 306만원 ▲2002년 281만원 ▲2003년 291만원 ▲2004년 303만원 등으로 재경부 발표자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재경부가 기존에 밝힌 입장(면세자 제외)대로 계산하면 세부담이 크게 늘기 때문에 전체 과세대상자로 슬며시 비교대상을 바꿨다는 얘기가 성립될 수 있다.
재경부는 이와 관련해 "세금을 내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과세자와 면세자 모두를 고려해 분석·평가하는 것이 보다 종합적이고 타당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즉 재경부의 입장을 정리해 보면 '1인당 세부담 발표 안한다→1인당 세부담 발표→면세자 고려해야 한다→면세자 고려치 않고 발표→과세자·면세자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등 계속해서 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들이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줘야 할 정부가 숫자를 가지고 끊임없는 '말 바꾸기'로 일관한다면 누가 세금을 제대로 내고 싶어하겠는가. 오히려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우지 않을지 우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