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사실상 대선 출마 '초읽기'에 돌입한 느낌이다.
1일 오전까지만 해도 '내주 최종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수준이었지만 이날 오후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이 2002년 대선자금 문제를 거론하며 이 전 총재를 맹비난하면서 이명박 후보와 이 전 총재간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총재는 2일 서빙고동 자택에서 핵심 측근과 지지자들을 만났다. 이흥주 특보가 전화통화 등을 통해 '최종 결심'과 관련한 정치권 및 각계의 반응을 수시로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오전에는 지난 2002년 대선 패배 후 미국 스탠퍼드대 유학 시절부터 이 전 총재를 곁에서 보좌한 지상욱 박사가 자택을 방문, 40여분간 머물렀다. 오후에는 이 전 총재의 고향인 예산 지역의 지지자들 20여명이 자택을 찾아 이 전 총재를 면담했다.
지지자들은 취재진에 "출마 촉구에 이 전 총재가 '여러분의 충청을 잘 이해한다.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밝혔고, 한 지지자는 "이 전 총재의 표정이 밝고 자신감 넘쳐 보였다. 근래 뵈었던 중 가장 표정이 좋더라"고 전했다.
이 전 총재는 오후에는 부인 한인옥 여사와 함께 외출해 최종 결심을 앞둔 의견 수렴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채관 수행비서는 "친척집에 가셨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전 총재는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아직은 드릴 말씀이 없다. 말씀드릴 때가 오면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한 마디만을 한 뒤 말문을 닫았다.
이 전 총재의 신중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 주변 인사들은 이날부터는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듯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흥주 특보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전 총재가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도 서너 차례 했고, 검찰에 자진 출두해서 강도높은 조사도 자청해 받은 상황에서 그게 무슨 이회창의 걸림돌이고 족쇄냐. 말이 안된다"면서 "이 전 총재가 복귀해서 후보로서 활동을 하게 되면 대선자금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국민이 납득하게 행동으로 설명을 할 거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의 분위기도 이 전 총재가 이미 출마쪽으로 결심을 굳혔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오는 7일 이 전 총재가 탈당하고 8일에는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고, 이 과정에서 기존 특보단을 비롯한 측근들이 포함된 '38인 지지자 명단'을 작성, 발기인 성격으로 함께 발표하는 것을 준비중이라는 설도 급속히 퍼졌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전 총재가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중심당 대선후보로 나설 계획이고, 이를 위해 지난 2002년 대선 이후 해외에 나가있는 자신의 측근들을 불러모으고 있다는 그럴 듯한 설(說)까지 돌았다.
이흥주 특보는 탈당설과 관련, "결단의 내용이 무엇이냐에 달려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당 내부에 이명박 후보와 완전히 척을 졌거나, 이 후보로는 절대 (정권교체가) 안된다고 생각하는 확신범들이 있지 않느냐"면서 "그들 사이에는 이 전 총재를 돕겠다는 기류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 팬클럽 '창사랑' 회장을 지낸 백승홍 전 의원은 "내주 목요일이나 금요일 쯤 출마할 것으로 믿는다"며 "이 전 총재의 측근 모임인 '함덕회' 회원과 (지난 총선) 낙선 의원 등 전직 의원 40~50명 정도가 돕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이 전 총재의 개인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 사무실 앞을 비롯해 부산,대구,대전,마산,창원 등 전국 6곳에서 '이회창 전 총재 지지모임 연대' 주최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려 이 전 총재 출마설은 더욱 고조됐다.
한편 이 전 총재측 한 인사가 지난 1일 한 UCC 업체에 전화를 걸어 '서울 시내를 이동하는 모습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할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이 전 총재측이 출마를 사실상 확정했다는 관측을 낳았다.
